"도쿄는 우주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드론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 기업이 모여 있다. 바로 옆에 정부 청사가 있어 우주 비즈니스 생태계를 키우는 허브로선 최적인 환경이다."

일본 최대 민간 우주산업 진흥 단체인 스페이스타이드재단(이하 재단)의 프랑수아 퐁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일본 도쿄가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 지역의 우주 비즈니스 중심지로 주목받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에선 최근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로켓랩, 바스트, 파이어플라이 등 글로벌 우주 기업의 활동이 활발하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일본 주요 로켓, 위성 기업과 협력해 AI를 우주산업에 빠르게 접목하고 있다. 미국의 우주정거장 기업 바스트는 일본과 2030년 폐쇄가 예정된 국제우주정거장(ISS) 이후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 로켓랩 등 주요 우주 기관과 기업의 입주도 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공적개발원조(ODA)와 국제 협력 사업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과 아프리카의 우주 스타트업을 지원하며 후견인이 되고 있다. 글로벌 도시 도쿄가 그 중심에 있다.

퐁상 COO는 2024년 출범한 1조엔 규모의 '우주전략기금'이 대기업과 스타트업, 학계에 기술 개발 자금을 균형 있게 공급하며 민간 후속 투자를 유입하는 강력한 플라이휠(성장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우주 기업에서 활약하는 외국인도 늘었다. 퐁상 COO도 20년 넘게 프랑스 금융기관 BNP파리바에서 금융인으로 활약하다 지난해 7월 재단에 전격 합류했다. 7월 8일 도쿄에서 열린 아·태 최대 우주 비즈니스 콘퍼런스인 '스페이스타이드 2026'에서 퐁상 COO와 만났다.

프랑수아 퐁상 - 스페이스타이드재단 최고운영책임자(COO), 프랑스 HEC 파리 경제경영학 석사,전 BNP파리바 일본 글로벌마켓 COO /사진 박근태 기자

금융 전문가로 20년 가까이 일하다가 우주 산업으로 전업한 이유가 궁금하다.

"금융회사에 다니면서도 10년 넘게 우주산업에 깊은 관심을 두고 독학으로 시장을 공부했다. 위성 데이터 같은 우주 자산이 기후변화, 식량·수자원 관리, 지정학적 갈등 등 인류가 직면한 거대하고 시급한 과제를 다루고 수치화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우주의 사회적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이 필수적인 산업에 이바지하고자 이직했다."

프랑스 출신인데 유럽 기업도 아닌 순수 일본 우주 단체로 자리를 옮긴 이유는.

"2006년부터 지난 20년간 일본에서 근무했다. 일본 우주 생태계의 역동성과 정부의 강력한 추진력에 큰 매력을 느꼈다. 4년간 재단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깊은 상호 신뢰를 쌓았다. 마침, 재단이 외국 대사관, 글로벌 단체,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려던 시점이라, 내 경력과 백그라운드가 인정을 받은 것 같다."

퐁상 COO는 이번 스페이스타이드 2026에서 재단이 유럽의 민간 우주산업 단체인 뉴스페이스얼라이언스와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고 세계 최대 지리 정보 단체인 미 지리공간정보재단(USGIF)의 특별 프로그램을 유치하는 데 핵심 역할을 맡았다.

일본이 글로벌 협력에서 매력적인 파트너로 떠오른 이유는 뭘까.

"JAXA를 비롯해 도쿄대, 도호쿠대, 규슈대 등 학계와 산업계가 보유한 오랜 기술적 유산이 매우 강력하다. 매년 JAXA가 각국 우주 기관과 아·태 지역 우주 기관 포럼(APRSAF) 등을 공동 개최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재난 구호와 환경 모니터링에서 필요한 '역량 강화 엔진'에 확고한 의지를 보인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도쿄가 우주 비즈니스를 하는 데 왜 좋은 환경이라고 말하나.

"도쿄 중심부인 '케임브리지이노베이션센터(CIC) 도쿄'와 그 주변 지역에는 우주 기업뿐 아니라 AI, 그린테크, 드론 등 다양한 혁신 기업이 모여 있다. 다양한 기업의 참여를 끌어내기에 유리한 환경이다. 일본 정부 청사 구역(가스미가세키)과 매우 가까워 언제든 여러 부처의 고위급 정부 인사를 초청하기에도 좋다. 그만큼 국가 정책 흐름을 빠르게 파악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최적인 환경이다."

프랑수아 퐁상 - 스페이스타이드재단 최고운영책임자(COO), 프랑스 HEC 파리 경제경영학 석사,전 BNP파리바 일본 글로벌마켓 COO /사진 박근태 기자

우주전략기금 시행 후 어떤 변화가 생겼나.

"이 기금은 대기업, 스타트업, 학술기관에 각각 약 3분의 1씩 매우 균형 있게 배분돼, 스타트업에까지 실질적인 혜택이 간다. 특히 JAXA로부터 기금을 지원받으면 민간 벤처캐피털(VC),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도 이를 품질 보증처럼 신뢰하면서 후속 투자로 이어지는 플라이휠 효과까지 나타난다. 기존의 느린 일본식 방식에서 벗어나 매우 민첩하게 이뤄지고 있다."

올해 행사 슬로건인 '모든 인류를 위한 개방된 우주'란 무슨 뜻인가.

"우주가 가진 잠재력의 장벽을 허물어 특정 소수 기업이나 틈새시장이 아닌, 사회 전체가 우주의 혜택을 누리게 하겠다는 뜻이다. 다양한 주체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민간 기술 융합을 이끌게 하겠다는 우주전략기금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는 한국에서도 큰 화제였다. 일본에선 어땠나.

"일본에서도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을 모든 주요 언론 매체가 다룰 만큼 뜨거운 주제였다. 일본에서도 민간 우주 이벤트가 이 정도의 대중적 관심을 받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일부 증권사가 일반 투자자에게 투자 기회를 제공하면서 관심이 더 컸던 것 같다. 장기적으로는 우주 기업이 메이저 지수에 편입되면서 국부펀드나 기관투자자도 사회 변화를 반영하는 차원에서 우주 섹터에 투자를 시작하게 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한국 우주산업의 인지도와 역동성을 어떻게 보나.

"한국의 나라스페이스, 스페이스맵 등은 매우 흥미로운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한국은 이런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보유한 강력한 글로벌 '챔피언' 후보라고 생각한다. 다소 폐쇄적이거나 참여가 저조해 보인다면, 그것은 역량 문제가 아니고 '글로벌 인지도'와 시간문제일 뿐이다. 스페이스타이드 2026에도 30명이 넘는 한국 기업가와 전문가가 참석했다. 이런 교류 플랫폼을 통해 한국 우주 기업의 글로벌 개방성과 기업 간 협력은 빠르게 확대될 것이다."

Plus Point

오노다 日 우주 정책 장관 "우주 메이저 되겠다"

오노다 기미 일본경제안보 담당 장관이7월 6일 도쿄에서 열린스페이스타이드 2026개막식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박근태 기자

"우주는 안보, 경제성장, 사회 과제 해결을 동시에 짊어진 차세대 국가 인프라다. 일본은 우주 활동의 자립성과 경쟁력을 확보해 세계를 리드하는 메이저 파워로 나아갈 것이다."

오노다 기미(小野田紀美·43) 경제안보 담당 장관(우주정책 담당 겸임)은 7월 6일 개막한 스페이스타이드 2026에서 일본 정부의 우주 영토 확장 청사진을 이렇게 설명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내각의 최연소 장관인 오노다 장관은 다카이치 총리가 맡았던 경제안보 담당 장관 직위와 우주정책 담당 장관이라는 직위를 이어받아 눈길을 끌었다. 일본 과학기술·AI·지식재산권 전략을 담당하는 특임 장관을 맡아 일본의 혁신 성장 정책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그는 "다카이치 내각은 우주를 국가 성장 전략의 17개 핵심 분야 중 하나로 선정했다"며 "우주전략기금을 총액 1조엔(약 9조1000억원) 규모로 조속히 확충해 정부가 우주산업의 앵커 테넌시(초기 핵심 수요자 역할)가 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