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오랫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사람은 중년 이후 인지 기능이 낮고, 노년기 뇌 위축도 더 심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시적 소득 감소보다 오래 누적된 경제적 스트레스가 뇌 노화를 더 앞당긴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1946년에 태어난 2759명을 수십 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를 24일 국제 학술지 '이노베이션 인 에이징'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26세, 43세, 53세 당시 가구 소득을 조사하고, 36~53세에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는지, 공과금을 내는 데 문제가 있었는지 등 경제 사정을 설문했다.

그 결과, 오랜 기간 소득 수준이 낮았거나 경제난을 겪은 사람은 53세 때 기억력과 정보 처리 속도 검사에서 더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참가자는 69~71세에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했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오래 이어진 사람은 뇌 조직이 줄어드는 뇌 위축이 더 심했다.

이런 연관성은 어린 시절 인지 능력과 교육 수준, 아동기 빈곤 등 조건을 보정한 뒤에도 유지됐다. 특히 남성, 어린 시절이 불우했던 사람,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 유전적 변이를 가진 사람에게서 이런 특징이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만성적인 돈 걱정이 스트레스와 염증을 일으켜 뇌 노화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경제적 문제를 계속 걱정하면 판단과 기억에 쓸 수 있는 정신적 여력이 줄어드는 것이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가 경제적 어려움이 뇌 노화를 직접 일으킨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특정 시점 소득보다 어려움이 여러 해 동안 누적됐는지가 인지 건강과 더 큰 관련이 있었다"며 "빈곤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지 않게 하는 정책이 치매와 인지 저하를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