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거대한 거울을 띄워 해가 진 뒤에도 태양빛을 지상으로 보낼 수 있을까.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우주 거울' 구상이 실제 시험대에 오른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9일 미국 우주 스타트업 리플렉트 오비털이 시험 위성 '에아렌딜-1'을 발사해 운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번 허가는 우주에서 대형 반사막을 펼치고 햇빛을 지상으로 반사하는 기술을 위성 한 기로 검증하는 데 한정된다. 회사는 올해 안에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에아렌딜-1은 소형 위성에 접힌 반사막을 싣고 지상 약 625㎞ 궤도에 오른다. 궤도에 진입하면 가로·세로 18m로 테니스장과 비슷한 크기의 초박막 반사막을 펼친다. 반사막 두께는 사람 머리카락의 약 28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이 반사막의 각도를 조절하면 태양빛을 지상의 특정 장소로 보낼 수 있다. 반사막을 돌려 빛이 지구를 향하지 않도록 하면 사실상 반사광을 끄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시험에서는 지름 약 5㎞, 면적으로는 약 20㎢에 이르는 지역을 비추며 반사막 전개와 자세 제어 성능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시험 위성 한 기가 만드는 빛은 보름달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밝은 수준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태양광발전소를 밤새 가동할 만큼 강하지는 않다. 리플렉트 오비털은 여러 위성이 같은 지역에 햇빛을 잇달아 반사하면 밝기를 보름달 수준에서 한낮 수준까지 조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35년까지 최대 5만 기의 거울 위성을 띄워 해가 진 뒤에도 태양광발전소에 빛을 공급하고, 재난 구조나 야간 공사 등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실제 서비스로 이어지려면 기술적 난제를 넘어야 한다. 우선 우주에서 테니스장 크기의 초박막 반사막을 찢어지거나 구겨지지 않게 펼쳐야 한다. 이후 빠르게 움직이는 위성의 자세를 정밀하게 제어해 반사광을 목표 지점에 보내는 기술도 필요하다. 장치나 소프트웨어에 작은 오류만 생겨도 반사막이 제대로 펴지지 않거나 빛이 엉뚱한 곳을 향할 수 있다.
천문학계는 우주 거울이 심각한 빛 공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천문학회는 에아렌딜-1의 허가를 재검토해 달라고 FCC에 요구했다. 거울 위성에서 나오는 강한 반사광이 초고감도 천체망원경에 들어오면 촬영 화면에 밝은 줄이 생기거나 포화돼 관측 자료를 사용할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성이 수만 기로 늘어나면 자연적인 밤하늘의 밝기 자체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야행성 동물의 생태와 사람의 수면, 항공 안전에 미칠 영향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위성의 방향을 정밀하게 조절해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만 빛을 보내고, 천문대와 생태 민감 지역 주변은 반사광을 비추지 않는 '제외 구역'으로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FCC는 이번 결정이 위성의 무선통신과 궤도 운용을 허가한 것일 뿐, 향후 수만 기의 거울 위성 배치를 승인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