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수퍼 엘니뇨'를 바다 위에 띄운 구름 우산으로 약화할 수 있지 않을까?"

UC샌디에이고의 스크립스 해양학 연구소와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 공동 연구팀은 이런 가정 아래 진행한 가상 실험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구름을 밝게 만들면 해수면 온도를 낮춰 수퍼 엘니뇨의 강도를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호주 서던크로스대 호주 서던크로스대학은 호주 산호초 지대를 보호하기 위해 바다 구름을 밝히고 바닷물 온도를 낮추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사진처럼 배 위에서 바닷물을 끌어올려 공중으로 물안개를 뿜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현대 관측 사상 가장 강력했던 두 차례의 수퍼 엘니뇨(1997~1998년, 2015~2016년) 시기에 동태평양 바다 상공에 미세 입자를 뿌려 하늘의 구름을 하얗게 만들면 어떤 일이 생겼을지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했다. 수퍼 엘니뇨는 적도 중·동부 태평양의 수온이 평년보다 2도 안팎 이상 높아지는 매우 강한 엘니뇨를 통상적으로 일컫는다. 이 경우 세계 곳곳에 폭염과 가뭄, 폭우 같은 이상 기후 현상이 속출하게 된다.

◇구름 밝혀 '수퍼 엘니뇨' 약화?

이번 공동 연구팀이 주목한 '바다 구름 밝히기(marine cloud brightening)'는 세계 곳곳에서 여러 차례 시도된 실험이다. 호주 서던크로스대 대니얼 해리슨 교수팀은 2020년부터 바다 구름 밝히기를 진행해왔다. 이들은 호주 산호초 군락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 서식하는 산호들이 높은 수온에 하얗게 변하며 폐사하자, 이를 막기 위해 구름을 밝게 만드는 미세 입자를 하늘로 쏘아 올리는 실험을 지속해왔다. 분사 노즐을 장착한 선박에서 바닷물을 끌어올려 거대한 물안개를 바다 위로 뿜는 방식이다. 물안개가 하늘로 솟구치는 과정에서 수분은 증발하고 미세한 소금 입자만 남는데, 이 입자가 바람을 타고 구름 속으로 들어가 응결핵이 된다. 소금 입자를 중심으로 작고 많은 물방울이 형성되면서 구름이 더 밝고 촘촘해지는 것이다. 해리슨 연구팀은 이렇게 환해진 구름이 바다를 덮으면 햇빛 반사율이 높아져 바닷물 온도가 낮아지게 된다고 보고 있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스크립스 해양학 연구소 공동 연구팀이 '구름 밝히기 가상 실험'을 진행한 배경이다. 앞서 국립대기연구센터 존 파술로 박사는 2019~2020년 호주 남동부의 초대형 산불 때 연기 속 미세 입자들이 구름과 섞이면서 바다 위 구름이 더 밝고 하얗게 변한 것을 확인했다. 그는 당시 산불 연기로 구름이 하얗게 변한 덕에 태양빛이 반사돼 실제 해수면 온도가 내려갔다고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고, 이 연구에서 착안해 이번 '구름 밝히기' 가상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 연구팀의 시뮬레이션에서는 수퍼 엘니뇨가 시작될 무렵부터 9개월 동안 구름을 밝히면 엘니뇨의 강도가 크게 낮아지고, 폭염과 폭우 등 일부 지역의 기후 충격도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도 경계해야

학계에선 올해 또 한 번의 수퍼 엘니뇨가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기후예측센터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이미 엘니뇨 현상이 시작됐고,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2도가량 올라가는 수퍼 엘니뇨로 발전할 가능성도 63%에 달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번 수퍼 엘니뇨가 1950년 이후 관측된 엘니뇨 중 가장 강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바다 구름 밝히기 같은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그러나 부작용 우려도 적지 않다. 날씨나 기후를 인위적으로 바꿀 때 어떤 결과가 생길지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팀도 구름 밝히기를 적용한 일부 시뮬레이션에서 라니냐(적도 중·동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가 예상보다 일찍 시작되거나 더 강해지는 결과도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의 기후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바꿀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