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아시아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에어컨 의존을 줄일 '패시브 냉각'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햇빛을 반사하는 소재 지붕, 수분을 공급하는 나무를 늘린 시뮬레이션에서 여름철 도시 기온을 최대 4.5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와 RMIT대 공동 연구진은 패시브 냉각 기술의 효과와 상용화 가능성을 다룬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리뷰 클린 테크놀로지'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건물 냉방은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의 10% 수준을 차지한다. 2050년엔 냉방 전력 수요가 2024년 대비 210% 늘고, 에어컨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같은 기간 3배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에어컨은 실내 열을 밖으로 내보내 도시를 더 덥게 하고, 다시 냉방 수요를 키우는 악순환을 낳을 수도 있다.
패시브 냉각은 전력을 거의 쓰지 않고 건물이 처음부터 덜 뜨거워지게 하는 기술이다. 자동 블라인드와 차양으로 햇빛을 막고, 자연 환기와 야간 환기로 내부에 쌓인 열을 빼낸다. 지붕과 외벽에는 햇빛을 강하게 반사하는 소재를 적용한다.
연구진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건물 3323채 지붕에 열 반사 소재를 적용하고, 물을 공급하는 나무를 2배 이상 늘려 시뮬레이션한 결과, 여름철 실외 기온이 최대 4.5도 낮아졌다고 밝혔다. 도시 전체 냉방 에너지 사용량은 최대 16% 줄었다. 창문과 단열 성능까지 개선하면 건물 냉방 수요는 최대 35%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양한 패시브 냉각 소재도 개발되고 있다. 건물 열을 우주로 내보내는 '복사 냉각' 소재가 대표적이다. 특수 페인트, 유리, 코팅 등을 이용해 햇빛은 반사하고, 건물에 쌓인 열은 적외선으로 방출하는 식이다. 한 코팅 소재는 태양에너지의 97%를 반사해 표면 온도를 약 5.3도 낮춘 것으로 조사됐다.
물의 증발을 함께 이용하는 기술도 있다. 플라스틱 필름은 밤에 공기 중 수분을 흡수한 뒤 낮에 물을 증발시켜 열을 빼앗는다. 직사광선 아래서도 표면 온도를 7도가량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런 기술이 에어컨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건물의 열을 먼저 낮춰 냉방기 사용을 줄이는 보완책이 될 것으로 봤다. 다만 상당수 신소재는 아직 시험 단계이고, 기온과 습도, 건물 구조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신축 건물의 설계 기준과 지원 정책에 패시브 냉각 기술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