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토머스(48)는 6년 전 수영장에서 다이빙하다 목뼈를 다쳐 척수가 손상된 뒤 팔다리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손가락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해 물건을 쥐거나 상대방과 악수할 수 없었다. 그런 그가 이제 자신의 손을 내밀어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컵을 들어 물을 마신다.

미국 파인스타인 의학연구소 연구진이 뇌의 운동 명령을 손으로 보내고, 손에서 감지한 압력 정보는 다시 뇌로 되돌려주는 양방향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개발한 결과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최근 발표됐다. 컴퓨터 커서와 로봇팔을 움직이던 BCI가 환자의 실제 신체 기능을 보조하는 치료 기술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래픽=정인성

◇뇌→손, 손→뇌로 '양방향' 경로

토머스처럼 척수가 심하게 손상되면 뇌가 손을 움직이라고 명령해도 신호가 근육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반대로 손에서 생긴 촉각 신호도 손상 부위를 통과하지 못해 뇌에 전달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이렇게 끊어진 신경 전달 경로를 우회하기 위해 BCI와 인공지능(AI), 뇌·척수 전기자극 기술을 결합했다.

환자가 손을 펴거나 쥐려 할 때 나타나는 신호를 뇌의 운동피질에 심은 전극으로 읽고, AI가 이를 해독해 팔의 근육 자극 장치와 손가락을 움직이는 보조기로 보내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손 보조기에 달린 압력 센서는 물체를 쥐는 힘을 측정해 그 정보를 뇌의 감각피질로 전달하도록 설계했다. 연구진은 뇌에서 손으로 내려가는 운동 명령과, 손에서 뇌로 올라가는 감각 정보를 모두 우회 전달한다는 뜻에서 이 기술을 '이중 신경 우회(DNB·double neural bypass)' 시스템이라고 이름 붙였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뉴럴링크의 BCI가 뇌 신호로 컴퓨터와 외부 기기를 제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DNB는 환자 자신의 팔과 손을 움직이고 손에서 측정한 압력 정보까지 뇌로 돌려준다는 점이 다르다. 기존 BCI가 뇌의 명령을 밖으로 보내는 일방통행로였다면, DNB는 감각 정보가 돌아오는 길까지 만든 왕복 도로인 셈이다.

토머스는 DNB를 이용해 컵을 입으로 가져가 물을 마시고, 혼자 음식을 집어 먹는 데 성공했다. 그의 뇌 신호를 해독하는 AI는 손 펴기와 쥐기, 팔 뻗기 등의 의도를 최대 84.6%의 정확도로 구별했다. 깨지기 쉬운 빈 달걀 껍데기를 집어 옮기는 실험에서도 최대 87% 성공률을 기록했다.

◇중국 "이식형 BCI 세계 첫 상용 승인"

중국은 BCI를 연구실에서 병원으로 옮기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3일 중국 상하이 푸단대 부속 화산병원은 교통사고로 척수를 다친 환자에게 이식형 BCI 'NEO'를 삽입했다. NEO는 중국 기업 보루이캉과 칭화대 연구진이 개발한 손 운동 기능 보조용 BCI다. 환자가 손을 움직이려고 생각하면 뇌 신호를 해독해 손 보조 장치가 물체를 쥐도록 돕는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은 지난 3월 NEO의 시판을 승인했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세계 최초로 상용 승인을 받은 이식형 BCI 의료기기라고 밝혔다. 이번 시술은 시판 승인 이후 병원 처방을 거쳐 시행된 첫 이식 사례다. NEO는 두개골 안쪽에 넣되 전극을 뇌 조직 깊숙이 찔러 넣지 않는 반(半)침습형 장치다. 수술 부담과 뇌 조직 손상 위험을 낮춰 상용화에 한발 먼저 다가선 것이다.

◇한국도 'K-문샷' 추진… 2030년 실증

한국도 BCI를 'K-문샷' 12대 국가 임무 가운데 하나로 정하고 추격에 나섰다. 정부는 뇌 이식형 BCI를 이용한 신체 제약 극복과 뇌 질환 치료, 감각 복원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2030년까지 사지마비 환자용 BCI 제품을 실증한다는 목표다. 다음 달 BCI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내년에는 뇌 신호를 해독하는 AI와 이식 전극 등 핵심 원천기술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BCI에 비해 한국은 아직 국가 차원의 개발 체계를 꾸리는 초기 단계다. 특히 침습형 BCI를 의료기기로 상용화하려면 장기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전극과 정밀한 뇌 신호 해독 기술, 임상시험 경험과 BCI 허가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2030년까지 실제 환자에게 적용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느냐가 국내 BCI 개발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