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여 년간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약 12년 늘어나는 데 뇌졸중 사망 감소가 가장 크게 이바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희대 연동건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은 국제 공동 연구팀은 22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아시아 34국의 사망 원인이 기대수명 변화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90년 71.7세에서 2023년 83.4세로 11.7년 늘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세계 7위였다. 싱가포르가 85.4세로 가장 높았고, 산마리노(85.1세), 스위스(84.4세), 일본(84.1세) 순이었다. 한국 여성은 76.0세에서 86.1세로, 한국 남성은 67.5세에서 80.6세로 증가했다. 남녀 기대수명 격차는 8.5년에서 5.5년으로 줄었다. 이는 한국의 사망 등록 자료 등을 토대로 국제질병부담연구(GBD)가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하도록 보정한 추정치다.
연구팀은 나이별·사망 원인별 사망률 변화를 분석해 각 사망 원인이 기대수명 변화에 이바지한 연수를 계산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을 가장 크게 늘린 요인은 뇌졸중 사망 감소였다. 뇌졸중 사망 감소는 기대수명을 3.586년 늘린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체 증가분 11.7년의 약 30%에 해당한다.
위암 사망 감소는 기대수명을 1.010년, 간경변·기타 만성 간 질환은 0.924년, 교통사고는 0.918년 늘리는 데 기여했다. 허혈성 심장 질환(0.795년), 결핵(0.500년), 간암(0.369년), 천식(0.327년) 등이 뒤를 이었다. 뇌졸중과 위암, 간경변·기타 만성 간 질환의 기여분을 합하면 전체 기대수명 증가분의 약 47%에 해당한다.
반대로 일부 사망 원인은 기대수명이 더 늘어날 수 있었던 폭을 상쇄했다. 폐렴을 포함한 하기도(下氣道) 감염은 기대수명 증가분을 약 2.2개월(0.183년) 깎은 것으로 분석됐다. 자살은 약 1.3개월, 알츠하이머병·기타 치매는 약 1개월을 각각 상쇄했다. 이들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늘지 않았다면 기대수명 증가 폭이 조금 더 컸을 것이라는 의미다.
기대수명의 양적 증가가 건강한 삶의 증가로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지난 21일 '랜싯 공중보건'에 발표한 연구에서 한국인이 평생을 통틀어 질병이나 장애로 건강하지 않게 살아가는 기간이 1990년 9.4년에서 2023년 11.6년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기대수명이 11.7년 늘어나는 동안 건강하지 않게 사는 기간도 2.2년 길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