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넘치는 먹이 주기 시간 동안 우두머리 수컷(왼쪽)과 성체 암컷 침팬지가 손을 맞대고 있다./침푼시 야생동물 고아원 트러스트

오랜 친구라도 작은 오해 하나로 사이가 틀어질 수 있다. 완전히 등 돌리기 전에 갈등을 풀려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들도 마찬가지다.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리는 사소한 신체 접촉이 집단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한몫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나 클레이(Zanna Clay) 영국 더럼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진은 "보노보와 침팬지 무리에서 포옹과 손잡기 같이 상대를 안심시키는 신체 접촉이 사회적 긴장을 관리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21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영국 왕립학회보 B: 생명과학'에 발표했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인간과 유전자가 98.9% 일치한다. 진화 과정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침팬지와 공동 조상에서 600만년 전 갈라져 따로 진화했고, 250만년 전에는 보노보가 침팬지에서 갈라졌다. 과학자들은 침팬지와 보노보를 통해 인간의 사회적 행동이 어디서 기원했는지 연구한다.

보노보와 침팬지가 포옹, 몸에 입맞춤, 손을 입에 대는 등 다양한 안심시키는 신체 접촉 행동을 보이는 장면./영국 더럼대

◇상대 입에 손가락 넣는 위험 감수

더럼대 연구진은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롤라 야 보노보 보호 구역과 잠비아의 침푼시 야생동물 고아원 트러스트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반야생 상태의 보노보와 침팬지 무리 5곳을 대상으로, 먹이를 두고 경쟁하기 전에 어떤 행동을 하는지 조사했다.

침팬지와 보노보 116마리는 제한된 공간에서 사람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었다. 그 전에 사회적 긴장이 고조된다. 연구진은 먹이를 주기 전 5분간 촬영한 영상을 분석했다. 보노보와 침팬지들은 상대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리거나 포옹하는 식으로 긴장을 완화하고 유대감을 형성했다.

특히 침팬지들은 먹이를 두고 경쟁하기 직전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상황에서 상대의 입에 손가락이나 손을 넣는 위험한 행동을 했다. 침팬지는 공격성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연구진은 상대의 신뢰를 얻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스스로 약하다는 의사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상대에게 손을 내민 효과는 확실했다. 사회적 신체 접촉을 많이 한 개체들은 나중에 방해를 받지 않고 먹이를 먹는 시간이 늘었다. 먹이를 두고 마구 싸우는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하기보다 그 전에 신뢰를 쌓아 더 큰 이익을 얻는 셈이다.

숲속 보호구역에 사는 어린 수컷 두 마리가 서로 껴안고 있다./침펀시 야생동물 고아원 트러스트

◇보노보는 암컷, 침팬지는 수컷 간 접촉 多

같은 신체 접촉이지만 종(種)에 따라 대상이 달랐다. 보노보의 경우, 암컷 사이에서 이런 신체 접촉의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보노보 사회에서 암컷 간의 동맹이 차지하는 역할과 일치한다. 보노보 사회는 모계 중심이다. 암컷은 수컷보다 체구가 작지만, 서로 협력해 힘이 센 수컷들을 제압하고 권력을 유지한다.

침팬지는 그와 반대로 수컷 사이에서 신체 접촉 효과가 가장 뚜렷했다. 침팬지 사회는 보노보와 정반대로 힘이 센 수컷이 무리를 지배하는 부계 중심이어서 수컷 간 유대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접촉의 효과는 두 종 모두 상대에 대한 관용도가 더 높은 집단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먹이를 먹기 전에 상대를 안심시켜 동맹 관계를 강화한 것이 관용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상대에게 너그럽기로 유명한 한 침팬지 무리는 기차놀이와 비슷한 행동까지 했다. 한 수컷이 뒤에서 다른 수컷을 껴안자, 다른 수컷들도 차례로 합류해 기다란 줄을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 행동을 '안심 열차(reassurance train)'라고 불렀다.

클레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감정이 고조되는 긴장된 순간에 사회적 관계를 조절하는 신체 접촉이 오래전부터 있었으며, 얼마나 강력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보노보와 침팬지에서 모두 이런 사회적 접촉 행동이 나타난 것은 적어도 600만 년 전, 인간과의 공동 조상에서부터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 제1 저자인 제이크 루커(Jake Brooker) 박사는 "사회적 접촉은 강력한 의사소통 도구로, 언어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존재했다"며 "사회적 접촉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이 가장 가까운 친척들과 공유하는 특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2026), DOI: https://doi.org/10.1098/rspb.2025.3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