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조7000억원을 들여 스위스의 펩타이드 전문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을 인수한다. 항체 의약품 중심이던 사업 영역을 비만·당뇨 치료제의 핵심 물질인 펩타이드로 넓혀 급성장하는 비만약 생산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20일 스위스 폴리펩타이드 그룹을 14억6000만 스위스프랑(약 2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대주주 지분 인수와 공개매수를 거쳐 지분 100%를 확보하고 올해 말까지 인수를 마칠 계획이다. 회사 측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이뤄진 인수·합병(M&A)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펩타이드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2~50개가 짧은 사슬 형태로 연결된 물질이다. 체내에서 호르몬이나 세포 사이의 신호를 전달한다. 이를 인공적으로 합성해 만든 대표적인 의약품이 위고비와 마운자로 같은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다. 최근에는 항암제와 면역·희귀 질환, 뇌 질환 치료제로도 개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1996년 설립된 폴리펩타이드 그룹은 펩타이드 신약 후보 물질의 공정 개발부터 상업 생산까지 맡는 전문 CDMO다. 지금까지 1000건 이상의 개발·생산 실적을 쌓았다. 스웨덴과 벨기에, 프랑스, 미국, 인도 등 5국에서 생산·연구 시설 6곳을 운영하고 있고 직원이 1500명에 달한다. GLP-1을 비롯한 대사 질환 치료제 분야가 주요 사업이다.

삼성바이오는 이번 인수로 생산 시설과 기술, 전문 인력은 물론 폴리펩타이드 그룹의 기존 고객사와 수주 계약도 승계한다. 미국, 유럽, 인도의 생산 거점을 활용해 글로벌 제약사와의 접점을 넓힐 수 있다.

삼성바이오는 지금까지 항체 의약품에서 메신저 리보핵산(mRNA)과 항체약물접합체(ADC)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펩타이드를 추가하면서 항체 의약품과 비만약 원료 등을 함께 위탁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항체와 펩타이드 치료제를 동시에 개발하는 제약사를 대상으로 교차 수주도 추진할 계획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 대표는 "생산 능력과 사업 포트폴리오, 글로벌 거점이라는 3대 성장축을 모두 아우르는 전략적 결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