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 유럽 제안서에서는 연구의 우수성과 산업·사회적 영향, 실행 가능성이 하나의 논리로 연결돼야 합니다."
지난해 한국은 유럽연합(EU)의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이 됐다. 호라이즌 유럽은 유럽연합(EU)이 기후변화와 보건, 디지털 전환 등 공동 과제 해결을 위해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연구혁신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15일(현지 시각) 독일 자르브뤼켄에서 만난 김상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럽연구소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국내 연구자들은 호라이즌 유럽의 프로그램 구조와 평가 방식, 제안서 작성처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이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이 되면서 국내 연구기관의 참여 기회가 넓어졌다. 다만 공고 분석과 다국적 연구팀 구성, 제안서 작성 방식이 국내 연구과제와 달라 연구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호라이즌 유럽과 같은 국제 공동연구 과제의 준비와 운영을 지원하는 인력이다. 연구자에게 적합한 공고를 찾고 국내외 연구기관을 연결하며, 컨소시엄 구성과 참여 기관별 역할 조율, 제안서 작성 등을 돕는다. 과제 선정 이후에는 연구 일정과 성과를 관리하는 과정에도 참여한다.
KIST 유럽연구소는 호라이즌 유럽 과제 대응을 위해 첨단바이오, 에너지·환경, 인공지능(AI) 융합 분야에 리서치 코디네이터 3명을 배치했다. 지난해에는 KIST가 참여한 호라이즌 유럽 과제가 선정됐다. 한국이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이 된 이후 국내 기관이 참여한 첫 선정 사례다. 최근에는 리서치 코디네이터가 지원하는 대상을 KIST뿐 아니라 국내 다른 연구기관으로도 넓히고 있다.
호라이즌 유럽 과제는 통상 수개월에 걸쳐 준비한다. 여러 국가의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이 참여하지만 제안서는 대개 40~50쪽으로 제한돼 연구 목표와 기관별 역할, 수행 계획, 기대 효과를 압축적으로 담아야 한다.
윤주용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공고 문구를 문장별로 검토하면서 행간에 담긴 의도가 무엇인지 살핀다"며 "EU가 과제를 통해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이 참여하는 필러(Pillar) 2 '글로벌 문제 해결과 산업 경쟁력' 분야는 기술 개발 이후의 활용 계획을 주요하게 다룬다. 리서치 코디네이터들은 기대 효과를 경제적 파급 효과나 산업 경쟁력 향상 등으로 포괄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적용 대상과 활용 주체, 예상되는 변화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코디네이터는 "공공 재원으로 개발한 기술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적용되고 유럽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준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국내에서는 연구의 기대 효과나 경제적 효과를 거시적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부분에서 미흡하면 10건 중 9건은 탈락한다"고 했다.
컨소시엄 구성에서도 참여 기관의 수보다 역할 분담과 참여 필요성이 중요하다. 각 기관이 어떤 연구를 맡고, 해당 기관이 과제에 왜 필요한지를 전체 연구 목표와 연결해 설명해야 한다.
김용준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연구자들에게 왜 호라이즌 유럽에 참여하려 하는지 물으면 국제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경우도 있다"며 "자신이 왜 참여해야 하는지, 유럽 파트너와 무엇을 함께하려는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선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리서치 코디네이터들은 호라이즌 유럽 참여의 목적을 연구비 확보에만 둬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용준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한국 기술을 유럽 파트너와 공동으로 검증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연구 실적을 쌓을 수 있다"며 "누구와 협력하고 어떤 연구적 가치를 축적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