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티 홀'(1996)에서 알 파치노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친구보다 적을 보면 더 잘 드러난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대사처럼 인간의 뇌도 사람 사이의 관계를 파악할 때 친구보다 적을 더 선명한 단서로 삼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소니 픽처스

알 파치노 주연의 영화 '시티 홀'(1996)에는 그가 연기한 뉴욕시장 존 파파스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친구보다 적을 보면 더 잘 드러난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대사처럼 인간의 뇌도 사람 사이의 관계를 파악할 때 친구보다 적을 더 선명한 단서로 삼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우리 뇌가 인간관계를 지도처럼 저장할 때 우호적 관계보다 적대적 관계를 더 뚜렷하게 새긴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사이콜로지'에 최근 발표됐다. 일본 오사카대 연구팀은 19~23세 대학생 21명에게 미국 법정 드라마 '슈츠(SUITS)'를 시청하게 한 뒤, 주요 등장인물의 얼굴을 볼 때 나타나는 뇌 활동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측정했다. 참가자들은 드라마 시청 후 등장인물 28쌍의 관계가 얼마나 강한지, 얼마나 우호적이거나 적대적인지도 평가했다.

분석 결과, 등장인물 간 관계가 강할수록 우호·적대 어느 한쪽 극단으로 쏠리는 경향이 확인됐다. 드라마를 본 뒤 참가자들의 뇌는 '누가 누구와 싸우는지'를 더 뚜렷하게 기억했다. 라이벌 관계에 있는 인물들을 서로 관련된 사람으로 처리하는 뇌 패턴이 나타난 것이다. 반면 드라마 속 친구나 동료처럼 우호적인 관계에서는 이런 뇌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우리 뇌가 드라마 속 인물 관계를 파악할 때, 누가 누구와 친한지보다 누가 누구와 대립하는지를 더 중요한 단서로 삼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연구팀은 "인간 뇌는 대인 관계에서 우호적 관계보다 적대적 관계를 더 두드러지게 기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