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들이 지구처럼 작고 암석질이고 생명체가 살 만큼 별과 적당한 거리를 둔 외계 행성에서 대기를 관측했다. 그동안 지구보다 훨씬 크거나 극도로 뜨거운 외계 행성에서 대기를 관측한 적이 있지만 생명체가 살 조건을 갖춘 행성에서 대기를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하버드대 지구·행성과학과의 로빈 워즈워스(Robin Wordsworth) 교수와 콜린 체루빔(Collin Cherubim) 박사 연구진은 "지구에서 약 48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암석형 외계 행성 LHS 1140b의 대기에서 헬륨이 빠져나가는 것을 관측했다"고 17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LHS 1140b는 M형 왜성이라 불리는 작고 차가운 별인 LHS 1140을 공전하고 있다. M형 왜성은 태양보다 질량이 작은 별로, 태양계 주변에 있는 별의 76%를 차지한다. 표면 온도가 낮아 붉게 보인다고 적색 왜성이라고도 한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2024년 칠레의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에서 매갈란 클레이 망원경으로 관측한 LHS 1140b의 빛 스펙트럼에서 헬륨 신호를 포착했다. 연구진은 몇 가지 가능한 설명이 있지만, 신호의 형태와 강도를 고려할 때 이 헬륨이 행성 자체에서 나왔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행성은 2016년 제이슨 디트만(Jason Dittmann) 플로리다대 교수가 처음 발견했다. 태양계 밖에 있는 외계 행성은 크기가 작은 데다 스스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뛰어난 성능의 망원경으로도 관측할 수 없다.
디트만 교수는 이른바 식(蝕·transit) 현상을 이용해 행성을 찾았다. 지구와 태양 사이에 달이 지나가면서 태양이 빛을 잃는 일식이 생기듯, 태양계 밖의 별 앞으로 공전하는 행성이 지나가면 역시 지구에서 보기에 별이 잠시 어두워진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이후 2024년 적색 왜성 LHS 1140을 공전하는 LHS 1140b와 그보다 더 작고 안쪽 궤도를 도는 LHS 1140c가 모두 별 앞을 지나가는 모습을 관측했다. LHS 1140b가 별 앞을 지나가자 헬륨에 흡수되는 파장대에서 별빛의 밝기가 떨어졌다. LHS 1140c가 통과할 때는 그러한 신호가 관측되지 않았다.
대기 성분이 누출되는 현상은 지구에서도 일어난다. 연구진은 다른 관측 정보를 토대로 이 암석형 행성이 헬륨을 지속적으로 보충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헬륨은 이미 모두 소진됐을 것이다. 연구진은 이 행성이 30억년 동안 대기를 유지했다고 추정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태양계 밖에서 외계 행성 6300여 개를 발견했다. 이 중 지구처럼 암석질인 행성은 40%를 차지한다. 그렇다고 다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환경을 갖고 있지는 않다. 어떤 행성은 별에 너무 가까이 붙어 공전해 표면 온도가 너무 뜨겁고, 너무 먼 곳에서 공전해 온도가 너무 낮은 행성도 있다.
LHS 1140b는 생명체가 살 조건인 이른바 골디락스 영역(Goldilocks zone)에 있다. 이 말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환경을 비유하는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서 유래했다. 표면 온도가 생명체에 필수적인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범위에 있다는 의미다.
골디락스 영역에 있는 암석질 외계 행성은 24~45개로 알려졌다. 그중 대기가 확인된 행성은 없다. 대기는 행성을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하고, 온화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기후 주기를 조절하기 때문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로 꼽힌다.
현재로서는 이 행성에 헬륨을 누출하는 대기가 있다는 사실만 알 뿐, 대기 자체의 크기와 구성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기대와 달리 지구와 전혀 다른 모습일 가능성도 있다. 지구와 금성은 크기가 매우 비슷하고 둘 다 대기를 가지고 있지만, 금성의 표면 온도는 섭씨 460도를 넘어 생명체가 살 수 없다.
다만 LHS 1140b를 발견한 디트만 교수는 별의 유형을 고려할 때 이 행성의 온도가 지구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앞으로 4~5년 동안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이 행성의 대기에서 물을 탐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까지 확인되면 대기가 안정적인 상태이고 생명체 존재 가능성도 높아진다.
참고 자료
Science(2026),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ea9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