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젠타 생명공학 센터의 메리델 칠턴 박사. 칠턴은 박테리아 연구를 통해 유전자 변형 작물(GMO)을 처음으로 개발해 농업과 식량 생산의 역사를 바꿨다. /신젠타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 작물(GMO) 개발을 이끌어 현대 농업 혁명의 토대를 놓은 메리델 칠턴 박사가 87세로 별세했다. 16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칠턴 박사가 지난달 24일 심부전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칠턴은 'GMO의 어머니'로 불릴 정도로 현대 식물 생명 공학의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그가 DNA를 식물 세포에 넣어 원하는 형질을 갖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을 토대로 해충과 질병에 강하거나, 제초제와 가뭄에 견디는 옥수수·콩·면화 등 유전자 변형 작물이 등장했다. 세계식량상 재단(WFPF)은 추모사를 통해 "세계 수백만 농민이 질병과 해충, 기후 충격으로부터 작물을 보호해 준 칠턴 박사에게 감사하고 있다"며 "그의 혁신은 농업에 혁명을 일으켰고, 세계 식량 문제 해결에 길잡이가 되고 있다"고 했다.

1939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태어난 칠턴은 일리노이대 입학 후 전공을 물리학에서 화학으로 바꿨다. 1967년 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정규직을 구하지 못했던 그의 연구 인생은 한 통의 전화로 바뀌었다. DNA 실험 수업을 대신 맡아 달라는 제안이었다. 이 수업에서 칠턴은 흙 속 세균인 아그로박테리움이 자신의 DNA 일부를 식물 세포에 옮긴다는 학설을 접했다. 이를 반박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한 그는 세균 DNA가 실제 식물 세포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직접 입증했다. 그는 "결과를 보고도 믿지 못해 실험을 거듭했을 정도로 놀랐다"고 회고했다. 이 발견은 당시 막 태동하던 식물 생명공학 발전의 기폭제가 됐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로 옮긴 그는 1982년 외부 유전자를 넣은 담배 세포를 완전한 식물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삽입한 유전자가 다음 세대에도 전달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 성과는 1983년 발표돼 세계 최초의 형질 전환 식물 사례로 기록됐다.

이후 칠턴은 화학 기업 '시바가이기'(현 신젠타)에 합류해 노스캐롤라이나에 생명공학연구소를 세웠다. 연구소장으로 GMO 상용화를 이끌었다. 연구소는 해충 저항성 면화와 옥수수 등 GMO 연구·개발을 추진했다.

칠턴은 2013년 현대 농업 생명 공학의 토대를 마련한 공로로 세계식량상을 받았다. 이듬해 발표된 독일 괴팅겐대 연구에 따르면, GMO 도입은 평균적으로 수확량을 22% 늘리고 화학 농약 사용을 37%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농가 이익은 평균 68% 증가했다.

칠턴은 2015년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2023년에는 미국 국가기술혁신훈장을 받았다. 그는 생전에 "누구도 나를 멈추게 할 수 없다"며 "나는 한번 목표를 정하면 끝없이 매달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