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MRI(자기공명영상)로는 잘 보이지 않던 뇌 병변을 AI(인공지능)로 찾아내는 기술이 나왔다.
미국 버펄로대 연구진은 기존 MRI 영상을 AI로 다시 분석해 다발성 경화증 환자의 대뇌피질 병변을 찾아냈다고 지난 7일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메디신'에 발표했다. 다발성 경화증은 뇌와 척수 신경을 둘러싼 보호막이 손상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감각 이상, 시야 장애, 근력 저하, 인지 기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병의 진행을 정확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동안 MRI로는 뇌 속 손상을 모두 보기 어려웠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대뇌피질 병변이다. 대뇌피질은 기억과 판단 같은 고등 기능에 관여하는 뇌의 바깥층이다. 이곳에 생긴 손상은 장애와 인지 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 흔히 쓰는 MRI는 주로 뇌 안쪽 백질 병변을 잘 잡아냈고, 대뇌피질 병변은 영상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여러 종류의 MRI 영상을 AI가 함께 비교하도록 했다. 사람 눈으로는 한 장씩 봤을 때 놓치기 쉬운 미세한 차이를 AI가 찾아내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여기에 자체 개발한 영상 처리 기술을 더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로 700여명이 참여한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오크렐리주맙'의 3상 임상시험 자료를 다시 분석했다. 기존 MRI를 그대로 봤을 때는 주로 백질 병변만 보였지만, AI로 분석하자 환자 1명당 평균 15~20개의 대뇌피질 병변이 드러났다. 전체로는 1만1000개를 넘게 찾아냈다.
이번 연구의 장점은 새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촬영해 둔 MRI 자료를 AI로 다시 분석하면,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뇌 손상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신약 임상시험에서도 치료제가 뇌의 어느 부위 손상까지 줄이는지 더 정밀하게 볼 수 있다.
연구진은 병원 진료에 적용하기 위한 추가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기존 MRI 안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정보를 AI로 꺼낼 수 있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