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아빠와 놀면 뇌 간 동기화가 일어난다. 아빠의 몸에서 나는 냄새, 체취가 있으면 낯선 사람을 만나도 뇌 간 동기화가 일어났다./챗GPT 생성 이미지

아기가 아빠의 몸 냄새, 체취(體臭)를 알아차리며, 곁에 없어도 냄새만 나면 낯선 사람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이 뇌파를 통해 밝혀졌다. 태아 때부터 익숙한 엄마의 냄새가 아기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알려졌지만, 아빠 냄새의 효과는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이스라엘 라이크만대 발달·사회 신경과학연구소의 루스 펠드만(Ruth Feldman) 교수와 야아라 엔데벨트-샤피라(Yaara Endevelt-Shapira) 박사 연구진은 "아기는 낯선 남성보다 아빠와 더 높은 뇌 동기화를 보이지만, 아빠의 체취가 있으면 낯선 남성과의 동기화도 아빠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아빠 체취만으로 뇌 동기화 유도

후각은 인간에게 가장 원초적인 감각이다. 포유류 새끼들은 어미가 없어도 그 체취만으로 사는 곳에 익숙해지고 뇌를 발달시킨다. 특히 동시에 발생하는 사건이나 자극을 서로 연결하는 연합 학습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예측하는 방법을 배운다.

연구진은 앞서 아기가 낯선 사람을 만나도 엄마의 체취가 있으면 편안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에 아빠의 체취도 같은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아기와 아빠 40쌍이 연구 대상이었다. 아기들은 생후 5~13개월이었다.

아기가 아빠와 놀면 뇌 간 동기화가 일어난다. 아빠의 몸에서 나는 냄새, 체취가 있으면 낯선 사람을 만나도 뇌 간 동기화가 일어났다./이스라엘 라이크만대

먼저 아빠는 실험 이틀 동안 입었던 티셔츠를 유리병에 담았다. 체취를 온전히 남기기 위해 이틀간 씻지 않았고 향수도 쓰지 않았다. 아빠는 뇌파를 측정하는 두건을 쓰고 아기를 보며 놀아줬다. 아기도 뇌파 측정 두건을 썼다. 신체 접촉은 하지 않고 얼굴과 몸짓, 소리로만 상호작용했다.

아기가 아빠와 만나면 뇌파가 긴밀하게 맞물렸다. 뇌 간 동기화가 일어난 것이다. 낯선 사람과 만나면 동기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뇌 간 동기화는 두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한다는 뜻이 아니다. 두 사람의 뇌파 리듬이 같아진다는 의미다. 상대에 반응하며 행동의 보조를 맞추는 셈이다.

낯선 사람과 아기는 뇌 간 동기화 수준이 낮았지만, 아빠 체취가 있으면 달라졌다. 아빠가 입었던 티셔츠를 아기 앞에 두고 실험하면 낯선 사람과도 아빠 수준으로 뇌 간 동기화가 일어났다. 아빠 냄새만 나도 아기는 아빠와 놀았던 것처럼 낯선 사람을 바라보며 손짓을 하고 옹알이를 했다.

아빠의 체취가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실험./자료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엄마 체취와는 다른 효과 보여

아기는 태아 때부터 엄마 냄새에 익숙하다. 아버지의 체취는 태어나고 양육 과정에서 접한다. 그만큼 엄마 체취의 효과는 잘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앞서 2021년에 이번과 같은 방식의 실험을 통해 엄마의 체취가 밴 옷이 있으면 아기가 낯선 사람과 있어도 편안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아빠와 엄마의 체취가 아기와의 뇌 간 동기화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분석했다. 아빠를 보거나 체취가 있으면 아기는 많이 웃고 옹알이를 하며 몸동작이 늘어나 긍정적 각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엄마 체취는 얼굴을 바라보고 긍정적인 정서, 접근 행동을 전반적으로 높였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엄마와의 상호작용은 아기의 긴장과 각성을 낮추고 안정과 친숙함을 제공하고, 아빠는 각성을 높이고 환경 탐색과 도전적 놀이를 촉진한다고 해석했다. 태아 때부터 익숙해진 엄마의 체취는 아기에게 편안함을 주고, 아빠의 체취는 같이 신나게 놀아도 된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체취를 통한 뇌 간 동기화가 엄마는 안전의 리듬, 아빠는 탐색의 리듬인 셈이다.

실제로 평소 육아에 많이 참여한 아빠일수록 체취가 낯선 남성과 아기의 뇌 간 동기화를 유도하는 효과가 더 컸다. 이는 체취 자체에 아빠 효과가 들어 있다기보다, 안고 먹이고 재우거나 놀아주는 과정을 통해 아기가 아빠의 체취를 즐거운 상호작용과 연결해 학습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다만 엄마와 아빠의 체취 효과를 다른 시기에 시험해 그 차이가 확증됐다고 하기엔 이르다. 실험 대상이 적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엄마와 아빠의 체취 효과를 동시에 알아보는 더 큰 규모의 실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래도 엄마, 아빠가 아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뇌 발달에 좋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6), DOI: https://doi.org/10.1126/sciadv.aed6110

Science Advances(2021), DOI: https://doi.org/10.1126/sciadv.abg68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