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각) 독일 뮌헨 막스플랑크본부에서 크리스토프 휼 막스플랑크 이노베이션 매니징 디렉터(왼쪽)가 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과 인터뷰하고 있다./뮌헨(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독일을 대표하는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막스플랑크협회가 한국을 전략적 연구 협력국으로 주목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학문의 자유를 공유하는 데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들을 보유했다는 이유다.

막스플랑크협회 관계자들은 13일(현지 시각) 독일 뮌헨 본부에서 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과 만나 "국제 공동연구 환경이 갈수록 도전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한국처럼 공동의 가치를 지닌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막스플랑크협회는 독일 전역 84개 연구소에서 약 2만7000명의 연구자가 활동하는 독일의 대표적인 기초과학 연구기관이다. 연간 예산은 약 24억유로(약 4조원)에 이른다. 막스플랑크협회는 2020년대 들어 노벨상 수상자 6명을 배출하는 등 지금까지 총 28명의 수상자를 냈다.

협회는 과학기술 예산 삭감으로 연구환경이 흔들리는 미국, 협력이 어려워지고 있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학문의 자유와 민주주의, 우수한 연구인력이라는 공통 기반을 갖춘 협력국이라고 평가했다.

알렉산더 요스트 막스플랑크협회 국제협력 담당은 "독일과 한국은 국제사회의 전략적 현안에서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민주주의와 같은 핵심 가치를 공유한다"며 "1990년대나 2000년대에는 이런 요소가 연구협력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봤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국가에서 학문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협력을 확대하려는 이유"라고 했다.

막스플랑크협회는 지난해 한국인 방문연구원 259명과 공동연구 프로젝트 38건을 운영했다. 협회 출신 박사후연구원이 자국 대학에서 연구책임자가 되면 최대 10만유로(약 1억7000만원)를 지원하는 '막스플랑크 파트너그룹' 5곳도 한국에 두고 있다. 연세대와 포스텍에서는 막스플랑크센터 2곳을 운영 중이다.

독일 뮌헨 옛 도심에 자리잡은 막스플랑크협회 본부 입구 앞 두 개의 미네르바상이 자리해 있는 모습./뮌헨(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국제협력을 중시하는 배경에는 최고 연구자를 선발한다는 '수월성' 중심 철학이 있다. 크리스티나 벡 막스플랑크협회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다양한 시각이 있어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만큼 해외 연구자와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막스플랑크협회 연구소장의 43.1%, 그룹장의 46.6%, 박사후연구원의 78.5%는 해외 출신이다. 지난해에는 차미영 보안 및 정보보호연구소 단장이 한국인 최초로 막스플랑크 연구소 단장에 선임됐다.

이 같은 국제성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을 뽑는다'는 협회의 원칙과 맞닿아 있다. 막스플랑크협회는 우수 연구자에게 장기간 안정적인 연구비와 자율성을 보장하고, 연구 주제도 연구자가 직접 정하도록 맡긴다.

벡 총괄은 "기초과학에서 진정한 돌파구를 만들려면 무엇보다 시간과 신뢰가 필요하다"며 "4~5년 안에 성과를 내라고 요구해서는 노벨상급 연구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영입 후보 1순위가 오지 않으면 2순위를 뽑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연구 분야를 다시 찾는다"고 했다.

동시에 막스플랑크협회는 '통찰은 응용에 앞서야 한다'는 창립자 막스 플랑크의 철학에 따라 기초과학을 중시하면서도 별도 전문조직을 통해 기술사업화를 적극 추진한다.

1970년 설립된 '막스플랑크 이노베이션'은 연구자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산하 연구소에서 나온 특허와 기술이전을 전담한다. 지금까지 5000건이 넘는 발명을 관리하고, 3000건 이상의 기술이전 계약과 210개 이상의 스타트업 설립을 지원했다.

대표 사례인 핵융합 스타트업 '프록시마 퓨전'은 최근 구글 등에서 4억유로(약 6808억원)를 투자받아 누적 투자금 6억5000만유로(약 1조1000억원)를 기록했다. 기술이전 수익은 발명자와 연구소, 협회가 각각 3분의 1씩 나눈다. 누적 기술이전 수익은 약 5억7000만유로(약 9700억원)다.

크리스토프 휼 막스플랑크 이노베이션 매니징 디렉터는 "지난해 스타트업 14곳을 설립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며 "앞으로 5년 안에 연간 설립 규모를 20~25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연구비 5000만유로(약 851억원)당 스타트업 1곳이 나온다고 계산하면 전체 예산 규모를 고려할 때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