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린호 독일 막스플랑크 생화학연구소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코어 퍼실리티 실장이 13일(현지 시각) 독일 뮌헨에서 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과 인터뷰하고 있다./뮌헨(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한국이 영국과 진행하던 3년짜리 국제 인력 교류 사업이 2년 만에 조기 종료됐습니다. 독일에서도 정부 정책이 바뀌지만 이미 계약을 맺고 진행하는 연구 사업이 정권 교체만으로 곧바로 중단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김린호 독일 막스플랑크 생화학연구소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코어 퍼실리티 실장은 13일(현지 시각) 독일 뮌헨에서 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과 만나 한국의 국제 과학기술 협력이 안고 있는 위험으로 정책 변동성을 꼽았다. 막스플랑크협회는 독일 전역 84개 연구소에서 약 2만7000명의 연구자가 활동하는 세계적 기초과학 연구기관으로, 연간 예산 약 4조원 규모에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 28명을 배출했다.

김 실장은 "연구 주제가 맞아 협력을 시작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사업이 틀어지면 이후 관계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며 "독일 연구자들이 한국을 정치적 영향이 크고 예측하기 어려운 파트너로 인식하면 다음 협력 자체를 시작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재독 한인 과학자들은 한국과 독일의 연구문화를 서로 이해시키는 중간자 역할도 하고 있다. 독일은 핵심 담당자가 장기 휴가를 떠나면 대체 인력이 없는 경우가 많고 이메일 답변도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늦어지기도 한다. 빠른 업무 처리를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독일의 연구 행정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한편 김 실장은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과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된 독일 연구기관 체계도 비교했다. 국내 출연연이 다루는 분야는 기초과학부터 첨단 응용연구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정부 출연금 기반의 기본 연구과제와 외부에서 수탁하는 연구과제가 혼재돼 있고 기관 성격에 따라 비중에도 차이가 있다. 연구 자유도 확보나 처우 개선을 위해 출연연 인력이 대학이나 기업으로 자주 이탈하는 문제가 있다.

독일은 기초과학을 담당하는 막스플랑크 연구소와 산업계 수요에 맞춘 응용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 연구소를 구분해 운영한다. 막스플랑크협회는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기초과학 연구비를 안정적으로 지원받는다. 정부가 협회에 큰 틀의 예산을 제공하면 협회 내부에서 연구소별 배분과 활용 방안을 정한다. 세계적으로 검증된 과학자를 연구소 디렉터로 영입한 뒤 연구조직 운영에 상당한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반면 프라운호퍼협회는 독일 정부에서 기본 운영비로 전체 예산의 3분의 1가량을 지원받고, 나머지는 산하 연구소들이 산업계 과제를 수주해 충당한다. 외부 과제를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이 기관의 설립 목적과 정체성에 처음부터 반영돼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 실장은 국내에서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때도 출연연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BS는 연구자가 정부나 기업의 외부 과제를 수주해 인건비와 연구비를 충당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는 "연구 분야에 따라 외부 수탁과제 비율이 늘어나는 것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며 "모든 기관에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