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인 중장년층도 혈압과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상 체중인 사람과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혈압약과 고지혈증 치료제 같은 약물 치료가 늘면서 심혈관 질환의 대표 위험 수치가 정상 체중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공중보건대학 등 국제 연구진은 한국, 일본, 영국, 핀란드, 미국 등 7국 성인 97만8425명의 건강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랜싯'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1990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된 국가 단위 건강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20~79세 성인의 체질량지수(BMI),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약물 복용 여부를 비교했다.
연구진이 주목한 지표는 수축기 혈압과 비(非)HDL 콜레스테롤이다. 수축기 혈압은 심장이 피를 내보낼 때 혈관에 걸리는 압력이고, 비HDL 콜레스테롤은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이른바 '나쁜 콜레스테롤' 값이다.
분석 결과, 40세 이상에서는 비만인 사람과 정상 체중인 사람 사이의 혈압·비HDL 콜레스테롤 차이가 시간이 갈수록 줄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이런 흐름이 뚜렷했다. 한국과 일본, 미국 등에서는 고령 비만 성인의 혈압과 비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체중 성인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해지거나, 오히려 더 낮은 경우도 있었다.
주요 원인으로는 약물 치료가 꼽힌다. 비만인 사람은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을 진단받고 약을 처방받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중장년·고령 비만 성인에게서 혈압약과 지질 강하제 사용이 정상 체중 성인보다 더 크게 늘었고, 이것이 혈압과 비HDL 콜레스테롤 격차를 줄이는 데 일부 기여했을 것으로 봤다.
40세 미만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젊은 비만 성인은 여전히 정상 체중 성인보다 혈압과 비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았다. 이 연령대에서는 BMI와 관계없이 고혈압·고지혈증 약물 치료를 받는 비율이 낮았다.
연구진은 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효과를 평가할 때 체중 감량 효과뿐 아니라, 기존 혈압약과 콜레스테롤 약이 이미 심혈관 지표를 얼마나 낮추고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