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기 똥만 보고 건강 상태를 알아챈다. 펭귄에게 우주에 있는 인공위성이 그런 엄마 역할을 맡았다. 위성이 남극에 쌓인 펭귄 배설물을 추적했더니 수십 년간 온난화 영향으로 먹잇감의 영양분이 점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시 영플레시(Casey Youngflesh) 미국 클렘슨대 생물학과 교수 연구진은 "지구 관측 위성인 랜드샛(Landsat)이 30년에 걸쳐 남극 아델리펭귄(학명 Pygoscelis adeliae) 서식지에 쌓인 배설물을 추적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알아냈다"고 지난 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아델리펭귄은 키가 약 70㎝, 몸무게가 최대 6㎏까지 자라는 중소형 펭귄 종이다. 키가 그보다 두 배나 되는 황제펭귄과 더불어 지구에서 가장 남쪽에 서식하는 펭귄이다. 이번 연구는 처음으로 남극 대륙 전체에서 10년 단위로 아델리펭귄의 먹이와 개체군 변화를 조사한 결과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똥 위성 사진으로 먹잇감 변화 알아내
연구진은 랜드샛이 1984년부터 2013년까지 찍은 구아노 사진으로 펭귄의 식단을 재구성했다. 구아노는 새들의 배설물이 쌓여 돌처럼 굳은 것으로, 비료로도 많이 쓰인다. 연구진은 같은 배설물 시료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분석해, 위성에서 보이는 색과 실제 먹이를 연결했다.
먼저 영플레시 교수는 남극의 아델리펭귄 서식지에서 구아노를 채집해 실험실에서 빛을 파장별로 얼마나 반사하는지 측정했다. 분광 특성을 확인한 것이다. 쉽게 말해 펭귄의 배설물이 위성 영상에서 어떤 색으로 나타나는지 수치화했다.
동시에 논문 공저자인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UC샌타크루즈) 해양학과의 마이클 폴리토(Michael Polito) 교수는 배설물 속 탄소·질소 등의 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해 펭귄의 먹이가 새우처럼 생긴 갑각류인 크릴인지, 아니면 물고기 중심인지 판별했다. 동위원소는 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이 다른 것을 말한다.
연구진은 두 데이터를 바탕으로 배설물이 반사하는 빛 파장과 식단을 연결하는 컴퓨터 분석 모델을 만들었다. 분석 결과 지구온난화가 펭귄의 생존을 위협하는 추세가 드러났다. 30년 동안 해빙(海氷)이 많은 지역의 아델리펭귄은 물고기를 많이 먹은 반면, 해빙이 적은 곳에서는 크릴에 더 의존했다. 해빙은 바닷물이 언 것으로, 펭귄에게 사냥터로 가는 통로이자 베이스캠프가 된다. 온난화로 해빙이 사라지면서 펭귄의 물고기 사냥 기회도 급감했다.
연구진은 펭귄의 식단이 바뀌면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크릴을 주식으로 삼은 펭귄 군집은 물고기를 먹는 펭귄 군집보다 개체 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2018년에 나온 논문에 따르면, 물고기를 더 많이 먹은 어린 펭귄은 크릴을 더 많이 먹은 펭귄보다 체구가 더 크고 생존 가능성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
◇온난화가 부른 식단 변화로 개체 수 줄어
아델리펭귄은 남극에서 가장 개체 수가 많은 포식자이지만, 먹이는 몇 안 되는 종(種)에 의존하고 있다. 번식기 동안 펭귄의 식단은 주로 물고기인 남극은암치(Antarctic Silverfish)와 크릴로 구성된다. 남극 해빙이 지금처럼 계속 줄어든다면, 아델리펭귄의 식단은 크릴 위주로 바뀔 수밖에 없다.
그나마 크릴도 부족해지고 있다. 폴리토 교수는 크릴이 물고기보다 영양가가 낮을 뿐만 아니라,최근 물개와 고래들의 소비가 늘면서 남극 일부 지역에서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펭귄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폴리토 교수는 "아델리펭귄은 남극 대륙 전역에서 번식하는 상징적인 종이라는 점에서 '탄광 속 카나리아'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과거 광부들이 호흡기가 약한 카나리아를 통해 메탄이나 일산화탄소 같은 유해 가스를 먼저 감지했듯, 펭귄을 통해 온난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포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남극 대륙은 워낙 광활하고 접근하기가 어려워 현장 연구가 힘들다. 과학자들이 펭귄 서식지를 찾아가 시료를 채취하고 개체 수 변화를 추적할 수는 있지만, 수십 년에 걸쳐 대륙 전체의 모든 서식지에서 정기적으로 시료를 채취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위성은 현재 남극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영플레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위성 관측을 활용해 대륙 규모에서 10년 단위로 먹이그물의 역학을 파악한 첫 사례"라며 "위성 덕분에 우리는 다른 방법으로는 불가능했을 일을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펭귄 똥 감소하며 남극 생태계 위기
펭귄 똥으로 남극 생태계의 위기를 파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해양과학연구원은 2023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턱끈펭귄(Pygoscelis antarcticus)이 배설물로 남극해에 보내는 철분 양이 급감하면서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철분이 해양 생태계 밑바닥에 있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여 살리기 때문이다.
당시 연구진은 드론을 띄워 턱끈펭귄의 개체 수와 배설물 양을 분석했다. 그때도 사진으로 배설물의 양을 추산했다. 펭귄 배설물이 덮인 곳은 밝은 주황색이 된다. 펭귄 배설물을 채취해 분석했더니 1g당 철분이 3㎎(1㎎은 1000분의 1g) 들어 있었다.
연구진은 드론이 찍은 사진과 펭귄 배설물 분석 결과를 토대로 턱끈펭귄이 배설물을 통해 매년 남극해에 521t의 철분을 공급한다고 추산했다. 턱끈펭귄은 기후변화로 개체 수가 지난 40년 사이 50% 감소했다. 철분 공급량 역시 1980년대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해양 생태계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 생태계를 먹여 살리고 그 위기도 알려주니 정말 소중한 똥이다.
참고 자료
Current Biology(2026), DOI: https://doi.org/10.1016/j.cub.2026.06.028
Nature Communications(2023),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3-37132-5
Marine Ecology Progress Series(2018), DOI: https://doi.org/10.3354/meps126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