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 선구자로 이름을 남긴 여성 조종사 월리 펑크가 지난 8일 텍사스주 자택에서 87세로 별세했다. 1960년대 여성이라는 이유로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의 꿈을 접어야 했지만, 2021년 82세로 우주에 다녀오며 당시 최고령 우주 비행 기록을 세운 인물이다.
10대에 조종사 면허를 따 일찌감치 조종사로 활동하던 그의 인생은 1961년 여성 우주 비행 적성 시험에 참여하며 전환점을 맞았다. 훗날 '머큐리 13'으로 불린 이 시험은 NASA의 공식 선발 과정은 아니었지만, 첫 우주비행사 그룹 '머큐리 7' 선발 때와 비슷한 검사를 여성 조종사들에게 적용했다.
성적은 뛰어났다. 최연소 참가자였던 펑크는 빛과 소리 등 외부 자극을 차단한 감각 격리 탱크에서 10시간 35분을 버텼다. 13명 중 3위였고, 일부 항목에서는 앞서 같은 계열의 검사를 받은 남성 후보보다 나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여성들의 후속 시험은 취소됐고, 누구도 우주에 가지 못했다. 펑크는 이후에도 NASA 우주비행사 선발에 여러 차례 지원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NASA가 여성 우주비행사를 받아들인 것은 1978년, 미국 여성 우주비행사가 처음 우주로 간 것은 1983년이었다.
우주로 가는 길은 막혔지만, 펑크는 하늘을 떠나지 않았다. 미 연방항공청(FAA)의 첫 여성 검사관과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첫 여성 항공사고 조사관을 지냈고, 1만9600시간 넘게 비행하며 3000명 이상의 조종사를 길러냈다.
꿈은 2021년 7월 20일 실현됐다. 민간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로켓 유인 비행에 초청돼 10분간 고도 100㎞의 우주 경계를 넘어섰다가 귀환했다. 82세였던 펑크는 당시 최고령 우주비행 기록을 세웠다.
착륙 후 그는 "모든 순간이 좋았다. 더 길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나는 늘 혼자 힘으로 해왔고, 남자들보다 강했기 때문에 그들을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