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TV에 나와 한국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은 초소형 히어로가 있었다. 슈퍼맨처럼 붉은 망토를 입고 하늘을 날며 악당을 물리치던 마이티 마우스였다. 과학자들이 안데스 산맥에서 마이티 마우스를 발견했다. 해발 6739m 화산에서 사는 생쥐이다. 지구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사는 포유류인 이 생쥐는 산소가 부족하고 영하의 추위에서 독초를 먹고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이 스토츠(Jay Storz) 미국 네브라스카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진은 "남미 안데스 산맥의 해발 6700m가 넘는 고지에서 푼타데바카스잎귀쥐(학명 Phyllotis vaccarum)는 부족한 산소와 추위뿐 아니라 먹잇감의 독성까지 동시에 처리하도록 진화했다"고 10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스토츠 교수는 2020년 칠레-아르헨티나 국경을 가로지르는 유야이야코(Llullaillaco) 화산의 해발 6739m 지대에서 살아 있는 잎귀쥐를 포착했다. 그렇게 높은 고도에서 서식하는 포유류는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다. 그전까지 고지대 생존 최고 기록을 가진 동물은 한 세기 전 에베레스트산의 해발 6200m 지대에서 발견된 토끼과 동물인 우는토끼(pikas)였다.
◇과호흡으로 산소 강제 공급, 열 생산력 유지
안데스 잎귀쥐라고도 하는 이 작은 생쥐가 사는 곳은 과학계에서 지구의 화성으로 불린다. 산소 농도가 해수면의 44%에 불과하고 기온이 늘 영하로 떨어진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이곳에서 화성 탐사 장비를 시험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해발 6000m 이상 고도에서는 포유류가 생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잎귀쥐의 생존력은 말 그대로 마이티 마우스급이라는 말이다.
연구진은 저지대와 고지대에서 잎귀쥐 167마리를 잡아 실험했다. 저지대에만 사는 가까운 종(Phyllotis darwini)도 같이 비교했다. 쥐들의 유전자를 해독해 고지대 조건에서 어떤 효소가 작동하는지 분석했다. 실험 결과 고지대에 사는 잎귀쥐는 산소 농도를 4300m, 7000m 수준으로 낮춘 조건에서도 열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잎귀쥐는 뒷다리 근육을 떨며 열을 내 영하의 추위를 견딘다.
산소가 부족하면 몸이라는 엔진에서 연료를 태우기 힘들다. 고지대에 사는 사람이나 동물은 혈중 헤모글로빈의 산소 결합력이 높다. 인체의 엔진에 산소를 공급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하지만 잎귀쥐의 헤모글로빈은 다른 동물과 산소 결합력이 다르지 않았다.
대신 생쥐는 뒷다리 근육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를 과호흡시켰다. 강제로 산소 공급량을 늘렸다는 의미다. 과호흡으로 산소를 많이 받아들이면 그만큼 이산화탄소가 몸 밖으로 많이 나간다. 그러면 혈액이 갑자기 알칼리성으로 바뀌어 인체에 해롭다.
생쥐는 적혈구에 있는 탄산탈수효소(CA)의 활성을 낮추는 방식을 택했다. 이 효소는 이산화탄소를 몸 밖으로 배출하기 쉬운 기체 형태로 바꿔주는 촉매이다. 잎귀쥐는 엔진에 강제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배기가스 배출도 억제한 것이다.
◇장작 대신 통나무 태우고, 독초도 견뎌
잎귀쥐는 연료도 다른 것을 썼다. 산소가 부족한 곳에 살면 주로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쓴다. 탄수화물은 같은 양의 산소로 만드는 에너지 양이 더 많아 산소 이용 측면에서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불에 잘 타는 얇은 장작을 쓰는 셈이다. 잎귀쥐는 산소를 강제 공급한 덕분에 에너지 밀도가 높은 지방을 태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도끼로 쪼갠 장작 대신 아예 통나무 자체를 태우는 식이다.
그렇다면 잎귀쥐는 연료를 어디서 구할까. 고산지대에는 먹을 게 풀밖에 없다. 문제는 잎귀쥐가 먹는 수선화과(科)나 아욱과 식물들은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독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잎귀쥐는 풀의 독성 물질을 해독하기 위해 간에서 특정 효소 유전자를 강력하게 진화시켰다. 그렇다고 문제가 다 풀린 것은 아니다.
미국 유타대 생명과학부의 데니스 디어링(Denise Dearing) 교수는 이날 사이언스에 실린 논평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를 '먹을 것인가, 숨 쉴 것인가(To eat or to breathe?)'라는 제목으로 압축했다. 그는 "잎귀쥐에서 저산소 반응과 독성 물질 해독 반응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일부 분자 조절자를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 충돌할 수 있다"고 했다.
생쥐의 몸에서 저산소에 반응하는 분자 경로와 독소를 해독하는 경로는 모두 ARNT2라는 단백질을 공유한다. 산소가 부족해 숨을 쉬려고 ARNT2를 사용하면 독소 해독 능력이 떨어지고, 반대로 해독에 집중하면 저산소 적응력이 약해진다. 그렇다고 독이 없는 풀이 자라는 저지대로 가지니 이미 다른 동물들이 차지하고 있다.
디어링 교수는 잎귀쥐가 단순히 산소 부족에 견디는 동물이 아니라,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먹이 식물의 독성 물질까지 처리해야 하는 복합적인 진화 압력 속에서 적응해 왔다고 평가했다. 고산 생존은 '숨쉬기'와 '먹기' 사이의 절묘한 균형 문제라는 해석이다. 말하자면 컴퓨터의 한정된 램 용량을 두 가지 핵심 앱(app·응용 프로그램)이 초 단위로 쪼개 쓴다고 볼 수 있다. 아무나 마이티 마우스가 되는 게 아니다.
참고 자료
Science(2026),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ec8347
Science(2026),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ei7713
Current Biology(2023), DOI: https://doi.org/10.1016/j.cub.2023.08.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