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꼽히는 2차원 반도체를 사람이 일일이 찾지 않고 컴퓨터가 자동으로 골라내는 기술이 나왔다. 연구자가 현미경 사진을 보며 쓸 만한 반도체 조각을 찾던 작업을 자동화한 것이다. 차세대 반도체 연구 속도를 높이는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권지민 전기및전자공학부·AI시스템학과 교수팀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국립한밭대, 한양대, 미국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와 공동으로 2차원 반도체 시료를 자동 선별하고 대량의 트랜지스터를 제작·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4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에 발표됐다.
2차원 반도체는 원자 단위 두께 층의 매우 얇은 반도체다. 기존 실리콘 반도체보다 더 작고 전기를 적게 쓰는 소자를 만들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는다. 반도체 회로가 점점 작아지면서 발열과 전력 손실 문제가 커지고 있는데, 이를 풀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문제는 연구 과정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2차원 반도체는 보통 얇은 반도체 재료를 액체에 섞은 뒤, 이를 기판 위에 올려 말리는 방식으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얇은 반도체 조각들이 기판 위에 제각각 흩어진다. 조각마다 크기와 두께, 위치가 모두 다르다. 지금까지는 연구자가 현미경으로 사진을 보며 쓸 만한 조각을 하나씩 찾아야 했다. 이후 그 위치에 맞춰 전극을 붙여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많은 소자를 한꺼번에 만들어 비교하기도 어려웠다.
연구진은 컴퓨터가 현미경 사진을 분석해 쓸 만한 반도체 조각을 고르도록 했다. 반도체 조각은 두께에 따라 현미경 사진에서 색과 밝기가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연구팀은 이 차이를 이용해 조각의 두께를 구분하고, 실험에 적합한 시료를 자동으로 찾게 했다.
연구진은 이 방식으로 12만개가 넘는 반도체 조각 가운데 적합한 시료를 골라냈다. 이후 1615개의 트랜지스터를 만들어 성능을 비교했다. 그 결과 반도체 조각이 두꺼워질수록 전류는 더 잘 흐르지만, 전기를 켜고 끄는 성능은 떨어지는 경향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2차원 반도체 연구를 연구자의 눈과 경험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자동화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기존에는 수작업으로 적은 수 시료만 분석할 수 있었지만, 많은 소자를 같은 기준으로 만들고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현미경 사진만으로 반도체 성능을 예측하고, 더 우수한 차세대 반도체 소재를 빠르게 찾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