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도 기초 덧셈은 할 줄 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연구팀이 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기린 네 마리(수컷 두 마리와 암컷 두 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다. 과학계에선 그동안 사람 외에도 일부 영장류나 조류가 기초 산수를 할 줄 안다고 보고 있었다. 여기에 기린이 새로운 '산수 능력자'로 추가된 것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최근 공개됐다.
연구를 이끈 조르디 갈바니 교수는 침팬지나 고릴라, 개코원숭이 등 영장류를 주로 연구해 온 학자다. 그는 영장류의 남다른 산수 능력이 다른 동물에게도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했고, 고심 끝에 기린을 선택했다. 갈바니 교수는 "기린은 넓은 사바나 초원에 흩어져 있는 아카시아나무 같은 먹이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기억하고 비교할 줄 아는 동물"이라며 "워낙 복잡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만큼 각종 수의 변화를 계산할 수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고 했다.
연구팀은 몇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첫째는 '덧셈 실험'이다. 기린 네 마리에게 노란 통 2개에 서로 다른 수의 당근을 담아 보여준 뒤 뚜껑을 닫았다. 이후 다른 초록 통에 있던 당근을 하나씩 꺼내 2개의 노란 통 중 한곳에 옮기는 과정을 기린에게 보여줬다. 기린은 최종적으로 합산된 당근이 몇 개인지 눈으로 보지 못한 상태에서 당근이 더 많이 든 통을 선택해야 했다. 그 결과 네 마리 중 두 마리는 수백 번씩 반복 실험해도 매번 정확하게 답을 맞혔다. 연구팀은 "기린 한 마리당 272번씩 모두 1088번 실험해서 얻은 결과"라면서 "기린의 산수 능력이 우연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뺄셈 실험'은 어려워했다. 당근을 빼서 다른 한쪽으로 옮기는 실험에서 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한 것이다. 정답률은 50% 미만으로 떨어져 우연히 맞히는 확률과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이에 대해 갈바니 교수는 "기린이 머릿속에서 덧셈은 할 줄 알지만, 수가 줄어드는 것까지 계산하는 건 어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본래 뇌 과학적으로도 뺄셈은 덧셈보다 훨씬 복잡한 처리를 담당하는 뇌 영역을 자극하기 때문에 동물들이 어려워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연구팀은 추후 더 많은 기린을 대상으로 연구를 지속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연구팀은 "기린의 산수 능력이 교육과 훈련을 통해 더 복잡한 분야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알아볼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