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수상한 거미줄 뭉치를 깨물자,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거미줄이 풀리며 개미가 공중으로 튕겨 올랐다. 이 순간의 가속도는 최대 1367m/s²였다. 지구에서 물체가 떨어질 때 받는 가속도의 약 140배에 해당하는 속도로 순식간에 위로 솟구친 것이다. 이처럼 특정 개미 한 종만 노려 '공중 납치'하듯 사냥하는 거미가 호주 열대우림에서 발견됐다.
호주 매쿼리대 아제이 나렌드라 교수와 독일 그라이프스발트대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진은 호주 퀸즐랜드 북부 열대우림에서 발견한 프로포스티라속 거미의 사냥 방식을 분석해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최근 발표했다.
이 거미는 아직 정식 종명이 붙지 않았지만, 사냥 방식이 고대 로마 군대가 성을 공격할 때 사용한 무기인 발리스타(ballista)와 닮아 '발리스타 거미'라는 별칭이 붙었다. 발리스타는 석궁처럼 줄의 장력을 이용해 돌이나 화살을 멀리 쏘는 무기다.
발리스타 거미는 낮에는 잎 뒷면에 숨어 지낸다. 해가 지면 본격적으로 덫을 치기 시작한다. 초록나무개미가 오가는 길 위쪽에 자리를 잡고, 잎과 가지 사이에 15~60개의 거미줄을 팽팽하게 건다. 아래쪽에는 작은 원뿔 모양의 거미줄 뭉치를 만든다. 덫을 완성하는 데는 최대 4시간이 걸린다.
발리스타 거미의 덫은 먹잇감이 직접 건드려야 작동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거미가 초록나무개미 한 종만 노린다는 것이다. 이 개미는 집단성과 공격성이 강하다. 발리스타 거미는 이 공격성을 역이용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덫의 거미줄 뭉치에는 초록나무개미가 적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화학물질이 묻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개미들은 이 덫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개미가 적이라고 여겨 거미줄 뭉치를 물면 덫이 작동한다. 고정돼 있던 거미줄 뭉치가 풀리고, 팽팽하던 거미줄이 순간적으로 수축해 개미를 그대로 공중으로 튕겨내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초고속 카메라를 동원했다. 사람 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순식간에 벌어지기 때문이다. 덫을 건드려 30㎝ 이상 튕겨 오른 거미는 위쪽 거미줄에 걸린다. 발리스타 거미는 개미가 거미줄에 충분히 엉켜 더 이상 반격하기 어려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접근한다.
이런 공중 납치 방식은 위험한 개미 무리와 직접 부딪히지 않으려는 전략이다. 거미가 개미 길목에서 직접 사냥하면 곧바로 집단 공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무리에서 한 마리만 위로 낚아채면, 개미 군단과 거리를 두고 안전하게 사냥할 수 있다.
연구진은 "거미줄이 특정 먹이 한 종을 겨냥해 설계되고, 먹잇감이 직접 건드려야 덫으로 작동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했다. 거미줄이 단순히 곤충이 걸리기를 기다리는 끈끈한 그물이 아니라, 탄성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순간적으로 방출하는 정교한 생체 덫처럼 작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