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처럼 우리나라도 저궤도 위성 통신망을 구축한다. 정부가 2035년까지 최대 512기의 저궤도 위성을 띄워 한국형 위성 통신망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지상 통신망이 끊기는 전쟁·재난 상황에서도 군과 공공기관이 쓸 수 있는 독자 통신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할 거점으로 고흥·순천에서 사천·진주, 창원까지 잇는 남해안 우주항공 산업 벨트도 조성한다.

우주항공청이 지난 3일 발표한 '대한민국 우주항공 산업 육성 전략'에서 눈에 띄는 내용은 한국형 저궤도 위성 통신망 구축 계획이다. 정부는 적게는 128기, 많게는 512기의 위성을 저궤도에 띄워 2035년까지 한국판 '스타링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512기 위성을 올릴 경우에는 5년 주기로 14조2586억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정부는 우주 산업을 종합 육성해 2035년까지 국내 우주 산업을 70조원 이상 규모로 키워, 세계 시장 점유율 3%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국내 위성 산업 체질 바꾼다

저궤도 위성통신망은 단순 인터넷 서비스가 아니다. 지상망이 없는 해상·산악 지역, 전쟁으로 기지국이 파괴된 지역, 대형 재난으로 통신망이 끊긴 지역에서 마지막 통신망 역할을 한다. 군 통신과 공공 정보망을 해외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독자망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우주 통신망이 '우주 영토'로 불리는 이유다.

2025년 우주산업 및 항공제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세계 우주 경제 4150억달러 가운데 위성 서비스는 1083억달러로 26%를 차지한다. 스타링크는 1만2000기, 중국의 첸판은 1만5000기 규모의 군집위성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위성통신이 우주 산업의 핵심 시장으로 떠오른 것이다.

저궤도 통신망은 국내 위성 산업의 체질도 바꾼다. 과거 한국 우주개발은 고성능 위성에 주력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저궤도 통신망은 위성 수백 기를 만들고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전략안은 저궤도 통신위성 수명을 5년으로 가정했다. 위성도 자동차나 스마트폰처럼 반복 생산하는 양산 체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국내 위성 개발·발사 수요도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위성 수요 조사에 따르면, 2027년 51기, 2028년 74기, 2029년 128기, 2030년 181기가 개발 계획 규모로 잡혀 있다.

정부는 공공 위성 수요를 연도별·임무별·중량별로 공개해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공공·국방 수요가 초기 시장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위성 제작과 운영 역량을 키우는 구조다. 위성 정보 활용도 민간 중심으로 바꾼다. 국토 관리, 농업, 해양, 기상, 재난 대응 분야에서 위성 데이터와 AI(인공지능) 분석 서비스를 파는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달 첫 착륙 2년 앞당겨

달 탐사 일정도 앞당긴다. 정부는 민간 기업과 함께 소형 달 착륙선을 개발해 2030년 발사하기로 했다. 당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로 2032년 국가 달 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이었지만, 이에 앞서 민간 주도 소형 착륙선을 먼저 보내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2022년 달 궤도선 다누리로 달 궤도 진입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달 표면에 착륙한 적은 없다.

정부는 2029년 달 궤도 통신 위성, 2030년 민간 소형 달 착륙선, 2031년 우주과학 탐사선, 2032년 국가 달 착륙선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달 탐사 일정도 제시했다. 첫 달 착륙선 계획에는 민간 투자를 포함해 4400억원 규모가 투입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의 달 탐사 경험을 쌓고, 달 자원 활용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주항공청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도 화성보다 달 경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기업에도 달 경제 관련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는 산업적 목적이 크다"고 했다.

◇고흥에서 쏘고 사천에서 만든다

이 모든 계획의 거점은 남해안이다. 고흥·순천~사천·진주~창원을 잇는 남해안 지역은 전국 우주항공 매출의 67%를 차지한다. 정부는 우주항공청이 있는 사천을 산업·연구·행정이 모이는 '우주항공 허브'로 조성한다. 이곳에 민관 합작 연구소인 '스페이스팹', 달·행성 탐사 환경 시험 인프라, 우주항공 특성화 캠퍼스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전남 고흥은 민간 발사장, 발사체 기술 사업화 센터, 국가 종합 비행 성능 시험장을 갖춘 우주 수송 거점이 된다. 경남 사천·진주·창원은 우주항공청, 우주 환경 시험 센터, 위성 개발 혁신 센터, 항공 제조 기업을 묶은 제조 거점이다. 고흥에서 쏘고, 사천·진주·창원에서 만들고, 민간 기업이 위성 데이터와 서비스를 사업화하는 구조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우주항공 산업이 남해안 벨트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핵심 성장 동력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