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고급 TV 화면의 대세가 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뒤를 이을 차세대 발광 소자 기술이 개발됐다. 기존 OLED 공정처럼 진공에서 얇은 막을 쌓는 방식이어서 앞으로 더 작고 선명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용 화면 개발에 활용될 전망이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이태우 교수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사무엘 스트랭크스 교수 공동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다이오드(PeLED)를 진공 증착 방식으로 제작해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달성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최근 발표했다.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는 색이 또렷하고 발광 효율이 높은 소재여서 OLED 이후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후보로 꼽힌다. 특히 AR 안경이나 VR 헤드셋처럼 눈앞에 아주 작은 화면을 띄우는 기기에는 밝고 촘촘한 픽셀이 필요하다. 페로브스카이트 LED가 상용화되면 햇빛 아래에서도 잘 보이고, 작은 글자까지 또렷하게 표현하는 초고해상도 화면이 구현될 수 있다.
지금까지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LED는 주로 원료를 액체에 녹여 기판에 바르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주 작은 픽셀을 정밀하게 만들거나 큰 기판에 균일하게 발광층을 입히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OLED처럼 페로브스카이트를 진공 증착 방식으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유기 분자를 개발했다. 이는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이 제멋대로 자라지 않게 방향을 잡아주기 위한 것이었다. 또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이 한쪽에 뭉치지 않고 전체 면적에 균일하게 자라도록 했다. 이렇게 만든 페로브스카이트 LED의 외부 양자 효율은 최고 21.9%를 기록했다. 외부 양자 효율은 소자에 전자를 넣었을 때 실제 밖으로 빛이 얼마나 잘 나오는지를 보여 주는 핵심 지표다. 연구팀은 진공 증착 방식으로 만든 페로브스카이트 LED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수명도 기존보다 크게 늘었다. 초기 밝기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데 1500분 이상 걸렸다. 다만 실제 스마트폰이나 TV, AR 기기에 쓰려면 수천~수만 시간 수준으로 수명을 더 늘려야 한다.
연구팀은 7×7㎝ 크기 기판에 서울대 영문 약자인 'SNU' 문양을 구현하고, 휘어지는 기판 위에 발광 소자도 만들었다. 작은 실험용 소자를 넘어 대면적·유연 디스플레이로 확장할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