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와 단백질, 리보솜 등이 섞인 용액에 지방 성분을 넣자, 스스로 둥근 막을 만들며 DNA와 리보솜을 안에 가뒀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든 세포는 먹이 주머니와 합쳐져 몸집을 키웠고, 일정 크기에 이르자 둘로 분열했다. 새로 생긴 세포들도 다시 자라고 분열하면서 여러 세대에 걸쳐 증식했다.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이 최근 공개한 인공 세포 '스퍼드셀(SpudCell)' 연구 결과다. 세포가 감자(spud)처럼 울퉁불퉁하게 생겼다고 붙인 이름이다. 기존 세포를 개조한 것이 아니라 DNA와 단백질, 리보솜, 세포막 성분을 처음부터 조립해 성장과 분열 등 세포 주기를 구현한 세계 최초의 사례다. 스퍼드셀 논문은 아직 학술지에 정식 게재되지 않은 상태로 온라인에 공개됐다. 사이언스는 이 논문이 국제학술지 '셀(Cell)'에 제출됐지만 거절됐으며, 일부 심사자가 스퍼드셀을 생물학 연구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인공 생명체 구현의 첫걸음으로 여겨져 온 '인공 세포' 연구를 둘러싸고 기대와 우려가 함께 커지고 있다.
◇아직은 '미완의 생명'
앞서 2010년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유전체를 기존 세균의 세포에 이식해 스스로 증식하는 합성 세포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인류 역사상 첫 인공 생명체가 탄생했다는 평가와 생명 윤리 논란이 동시에 제기됐다. 다만 이는 살아 있던 세포의 세포막과 세포질, 리보솜 등을 가져와 세균 세포에 이식한 것이었다. 이번 스퍼드셀처럼 생명 구성 요소를 바닥부터 조립한 인공 세포와는 방식이 다르다.
합성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이상엽 KAIST 특훈교수는 "스퍼드셀은 크레이그 벤터의 합성 세포보다 훨씬 더 진보한 성과"라며 "다만 외부 성분이 공급돼야 증식이 가능한 점은 한계"라고 평가했다. 스퍼드셀 연구팀도 "살아 있다고 부르기는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단백질을 만드는 리보솜을 스스로 생산하지 못해 계속 공급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스퍼드셀을 개발한 케이트 애더말러 미네소타대 교수는 이번 기술을 특허로 독점하지 않고, 스탠퍼드대 드루 엔디 교수와 함께 설립한 비영리 연구 단체를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공동 연구로 인공 세포 개발 속도를 앞당긴다는 취지다. 드루 엔디 교수는 스퍼드셀을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동력 비행에 성공한 '라이트 플라이어'에 비유했다. 첫 비행은 12초에 그쳤지만 항공 시대의 출발점으로 기록된 것처럼, 아직 불완전한 스퍼드셀도 인공 생명 연구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세포 설계 자동화 시대 앞당기나
AI(인공지능)를 활용한 가상 세포와 인공 세포 연구가 잇따라 나오면서 '세포 설계 자동화'가 기대를 모은다. 약물을 넣거나 유전자를 바꿨을 때 나타나는 세포 반응을 AI가 학습하고, 그 예측을 바탕으로 원하는 기능을 가진 세포를 설계·검증하려는 공정이다. 자동차를 만들기 전에 가상으로 충돌 실험을 하고, 결과를 설계에 반영해 공장에서 제작하는 것처럼, 세포를 AI가 먼저 시뮬레이션하고 필요한 기능은 DNA와 단백질을 조립해 구현하려는 시도다.
실제로 중국 시후대, 미국 스탠퍼드대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세포의 주요 기능을 AI로 예측하고 구현하려는 '가상 세포' 개발 관련 로드맵을 네이처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첫 단계로 빵 효모의 유전자·단백질·대사 반응을 통합해 예측하는 가상 효모가 5~10년 안에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생물학 무기 등 악용 우려도
가상 세포와 인공 세포 기술이 발달해 세포 설계와 제작이 자동화되면,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비롯해 세포 노화와 암 원리를 밝히는 데 혁신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친환경 연료와 신소재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
반면 독성 물질을 설계하거나 만드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더 위험하게 바꾸는 데 필요한 시행착오가 줄어 생물학 무기 연구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오픈AI, 앤스로픽, 구글 딥마인드 등 주요 AI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미 연방의회에 'AI발 생물학 무기' 제조를 막기 위한 규제를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서명한 입법 촉구 서한은 DNA 등을 합성해 주는 기업들이 고객의 주문을 사전에 검사하고 위험한지 검증하고 차단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범죄 세력이 AI를 악용해 생물학 무기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