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영 독일 막스플랑크 보안 및 정보보호연구소 단장이 7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외부 인공지능(AI) 모델이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에 의존하는 상태라면, 그 API가 막히거나 서비스 자체가 사라졌을 때 우리가 손볼 수조차 없습니다. 코어기술을 모르면 응용도 어렵고, 결국 전반적으로 외부 기술에 의존하게 됩니다."

차미영 독일 막스플랑크 보안 및 정보보호연구소 단장은 7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진행된 그룹 인터뷰에서 한국 AI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코어기술 확보를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차 단장은 카이스트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단장에 오른 첫 한국인 과학자다. 이날 한국과학기술총단체연합회(과총), 재외한인과학기술자협회가 주관한 2026 세계한인과학기술인대회 참석을 계기로 한국을 찾았다.

차 단장이 말하는 코어기술은 대규모 AI 모델을 직접 만들고, 성능을 높이며, 안정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원천 기술 전반을 뜻한다. 모델 설계와 학습, 데이터 처리, 평가, 최적화, 안전성 확보, 해석 가능성 연구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AI 서비스를 가져다 쓰거나 특정 산업에 적용하는 기술을 넘어 AI의 작동 원리 자체를 이해하고 필요할 때 고칠 수 있는 역량이다.

그는 최근 미국의 미토스·페이블 접근 차단 사례를 언급하며 외부 모델 의존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차 단장은 "코어기술이 남의 손에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태라면 그냥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차 단장은 세계한인과학기술인대회 기조강연에서 최근 글로벌 AI 연구의 중요한 흐름으로 '메커니즘 해석 연구'를 꼽았다. AI 모델 안에서 어떤 부분이 작동해 특정 답변이나 판단이 나왔는지 추적하는 연구다. 그는 "AI의 블랙박스 내부를 들여다보는 연구"라며 "AI 모델 안에서 어떤 변수가 반응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오류를 지우거나 바꾸는 일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차 단장은 AI 거버넌스 역시 이 기술적 기반 위에서 가능하다고 봤다. 해외 빅테크가 만든 모델을 가져다 쓰는 것만으로는 AI가 만든 오류와 편향, 허위정보 문제를 근본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I가 어떤 판단을 하는지 모르면 잘못됐을 때 고칠 수도 없고, 사회적으로 신뢰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국의 AI 기회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차 단장은 "한국은 AI를 잘하는 나라다. 여러 지표에서 AI 연구 역량이 높은 편이고 인재도 많다"며 "이미 가능성이 많은 나라기 때문에 코어기술을 절대로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코어기술만으로 AI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AI는 특정 산업에만 머무는 기술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반 기술이기 때문에, 법학, 정책, 인류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와 결합하는 'AI+X' 연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차 단장은 "AI+X 연구를 위해서는 AI 연구자와 다른 분야 연구자가 만날 수 있는 틀이 있어야 한다"며 "AI를 사회에 적용하기 전 충분히 실험하고 실패와 부작용을 확인하며, 고칠 수 있는 안전한 공간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