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성준 카이스트 연구원, 김우진 지스트 석박통합과정생, 김진호 지스트 박사과정생, 최장호 카이스트 연구원, 최영재 카이스트 교수, 류태훈 (주)에이티지라이프텍 대표, 이채림 (주)에이티지라이프텍 주임연구원, (왼쪽 상단) 최한솔 이화여대 교수./카이스트

국내 연구진이 화학 시약을 반복적으로 투입하지 않고 온도 조절만으로 원하는 디옥시리보핵산(DNA) 서열을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복잡한 장비와 공정에 의존해 온 기존 DNA 합성 방식의 한계를 줄일 수 있는 접근법으로 평가된다.

최영재 카이스트 공학생물학대학원 교수 연구진은 ㈜에이티지라이프텍, 최한솔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진과 공동으로 온도 변화만을 이용해 DNA 서열을 합성하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2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DNA는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담는 물질로, 질병 진단과 신약 개발, 합성생물학 연구 등 다양한 바이오 분야에서 활용된다. 그러나 기존 DNA 합성은 네 가지 염기(A·T·G·C)를 순서대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화학 시약을 넣고 씻어내는 절차를 반복해야 했다. 이에 따라 고가의 자동 합성 장비와 전문 시설이 필요하다는 제약이 있었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온도에서만 반응하는 '헤어핀 DNA'를 설계했다. 헤어핀 DNA는 머리핀처럼 접힌 구조를 이루다가 정해진 온도에서 펼쳐지며 반응하는 특성을 가진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온도에서 작동하는 여러 종류의 헤어핀 DNA를 한 시험관에 넣은 뒤, 온도를 순서대로 바꾸는 방식으로 원하는 DNA 서열을 합성했다.

기존 방식이 합성 단계마다 시약을 교체해 반응을 제어했다면, 이번 기술은 온도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필요한 재료를 처음부터 한 시험관에 넣어둔 상태에서 온도 조건만 바꿔 DNA가 순차적으로 만들어지도록 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대형 장비 없이도 일반적인 온도 조절 장치로 DNA 합성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였다.

연구진은 기술의 응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DNA 온도 블랙박스'도 구현했다. 이 장치는 동결건조 상태로 보관하다가 사용 직전 물을 떨어뜨리면 작동하며, 이후 배송 과정에서 온도가 언제, 어떤 순서로 변했는지를 DNA 서열에 기록한다. 일정 온도 이상에 노출되면 색 변화로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은 백신, 바이오의약품, 세포치료제, 신선식품 등 온도 관리가 중요한 제품의 유통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다. 별도 전원 없이 온도 이력을 기록할 수 있어 저온 유통 품질 관리 분야에서 응용 범위가 넓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영재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화학 시약이 아닌 온도로 DNA 합성 과정을 제어할 수 있다는 원리를 제시했다"며 "향후 DNA 합성 비용과 장비 의존도를 낮추고, 온도 기록 장치 등 새로운 응용 기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6),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48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