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 중 하나로 꼽혀온 글로벌 제약사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미국 특허 만료가 2029년으로 다가오자, 전 세계 제약사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 경쟁도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키트루다는 폐암, 흑색종, 두경부암 등의 치료에 쓰이는 면역항암제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317억달러(약 48조원)로 세계 1위다. 국내 특허는 2028년, 미국 특허는 2029년, 유럽 특허는 2031년쯤 만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해외 제약사들은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각에선 미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임상 3상 면제 제도를 마련하자, 임상 3상을 단축하고 속도전을 펴는 모습도 보인다.
◇48조원 규모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 달아오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달 말 회사가 개발하는 키트루다의 바이오시밀러(SB27)에 대한 임상 1상 및 3상 중간 데이터 결과를 발표하고, 해당 의약품이 오리지널 제품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임상 1상과 3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소위 '오버랩(Overlap)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1월에 임상 1상을 시작했고, 같은 해 3월엔 임상 3상에 들어갔다. 회사는 임상 3상은 보통 대규모 환자를 모집하는 정석대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14개국, 93개 병원에서 환자 555명을 모집, 치료 24주 차에 종양 크기가 일정 기준 넘게 줄어든 환자 비율을 비교했을 때 키트루다와 거의 비슷한 효과를 거뒀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안에 임상을 최종 완료하고 주요 국가의 특허 만료 시점에 맞춰 시장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비롯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단일 의약품 매출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기관 이밸류에이트 파마에 따르면 키트루다의 매출은 2028년엔 350억달러(약 5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키트루다보다 저렴한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편적 의료보험이 없는 미국 환자가 키트루다를 이용할 경우엔 한 해에만 20만8000달러(약 3억2000만원) 정도가 든다.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면 이보다 20~30%가량 저렴한 가격에 약가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환자 부담은 줄고 처방 시장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공법 對 속도전으로 승부
기업마다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를 내놓기 위해 펴는 전략도 제각각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미국의 암젠은 '정공법'을 택했다. 대규모 임상 3상을 끝까지 유지해 이를 통해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항암제처럼 임상 민감도가 높은 고위험군 의약품은 임상 3상 데이터가 없거나 부실한 경우, 나중에 각국 당국의 허가를 받거나 보험을 등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보고, 비용이 들더라도 확실하고 검증된 길로 가겠다는 것이다.
반면 비용 부담이 큰 임상 3상을 건너뛰거나 축소하는 기업도 있다. 독일의 포미콘, 스위스의 산도스는 미 FDA가 최근 추진하는 규제 간소화 기조에 맞춰 지난해 각각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임상 3상을 중단했다. 초기 임상 데이터만으로 허가를 받고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셀트리온은 임상 3상 규모를 줄인 경우다. 임상 3상 대상자 수를 기존 606명에서 220명으로 축소했다. 효율을 더 내기 위한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