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를 떠나는 전서구 비둘기. 비둘기는 비행 중에는 머리 양쪽의 눈을 뒤로 천천히 돌려 풍경을 더 자세히 보고, 착지 전에는 착륙 지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눈을 앞으로 모으는 것으로 나타났다./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고대 사회의 통신 수단이었던 비둘기가 위성 신호를 잃은 드론에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생각과 달리 비둘기는 비행 중에 눈을 고정하지 않고 좌우로 멀리 돌려 주변 환경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응용하면 드론이 카메라만으로 길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동물학과의 더글러스 알트슐러(Douglas Altshuler) 교수 연구진은 "통신용 비둘기인 전서구(傳書鳩)가 비행 단계별로 눈동자를 다르게 움직여 주변 환경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한다"고 지난 6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실험 결과 비둘기는 하늘을 날 때는 양쪽 눈을 바깥쪽으로 천천히 벌리고, 땅에 내려앉기 직전에는 반대로 착륙지 쪽으로 두 눈을 모으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행 단계에 따라 필요한 시각 정보가 달라 시선도 변한 것이다. 연구진은 같은 방법을 드론에 적용하면 위성항법시스템(GPS) 신호나 자세 제어 센서 없이도 카메라만으로 목적지를 찾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눈 움직임을 추적하는 카메라와 소형 컴퓨터가 달린 배낭을 장착한 전서구 비둘기./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풍경 따라 눈동자 돌려 정보 수집

전서구는 유라시아와 아프리카에 사는 야생 바위비둘기의 후손이다. 먼 곳에서도 집을 찾아오는 귀소(歸巢) 본능이 뛰어나 3000년 전 고대 이집트와 페르시아 사회부터 소식을 전하는 데 활용됐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전서구로 올림픽 경기의 승전보를 알렸다.

그동안 비둘기는 비행 도중 시선을 고정한다고 생각했다. 사람 눈은 머리 앞에 나란히 있지만, 비둘기 눈은 머리 양옆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비둘기가 날면 주변 풍경이 망막 위로 빠르게 흘러간다. 고도나 방향, 속도 조절에 필요한 중요한 이런 시각 정보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비행 중에 눈을 고정한다고 생각했다.

연구진은 비둘기 등에 신용카드 절반 크기인 소형 컴퓨터와 배터리, 관성 측정 장치(IMU) 등을 넣은 배낭을 부착하고 눈 옆에 고정한 초소형 카메라로 비행 중 동공이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했다. IMU는 물체의 움직임과 회전을 추적하는 센서다. 배낭과 카메라까지 무게는 27g에 그쳐 비둘기의 비행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

10~16마리로 구성된 전서구 무리는 야외에서 16회 비행했다. 그중 두 마리가 카메라와 배낭을 장착했다. 실험실에서 머리를 고정시킨 비둘기에게 양쪽 화면으로 비행 상황을 모방한 영상을 보여주는 실험도 했다. 이렇게 수집한 비둘기 동공의 위치 정보를 분석한 결과, 하늘을 나는 동안 비둘기 눈은 고정되지 않고 천천히 바깥쪽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선이 머리 뒤쪽으로 벌어지는 발산성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연구진은 비둘기가 앞으로 날아갈 때는 시선이 뒤로 벌어져야 주변 환경 정보를 수집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시선이 고정되면 풍경이 망막에서 금방 사라지지만, 눈동자를 뒤로 돌리면 풍경을 좀 더 또렷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둥지를 떠나는 전서구 비둘기들. 맨 뒤에 눈동자 움직임을 추적하는 카메라와 컴퓨터 배낭을 장착한 비둘기가 나온다./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착륙 지점에 시선 모아 정확도 높여

비둘기의 시선은 착지 직전에는 완전히 달라졌다. 착륙 지점인 횃대에 닿기 전 비둘기의 눈은 앞과 아래쪽으로 크게 이동했다. 두 눈이 목표 지점으로 모이는 수렴성 움직임을 보였다. 실내에서 횃대 사이를 오가게 하면서 착지 순간을 216회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진은 비둘기가 비행 중에는 풍경을 안정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해 눈이 발산성 움직임을 보이지만, 착지 순간에는 목표 지점의 거리와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수렴성 움직임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새는 비행 도중 몸이 흔들려도 머리는 비행 방향으로 유지해 시야를 안정적으로 확보한다고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새가 머리뿐 아니라 눈도 비행 상황에 맞춰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말하자면 전서구의 눈은 한 방향만 바라보는 고정식 카메라가 아니라 원하는 곳을 찾아 움직이는 능동형 카메라인 셈이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드론의 비행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드론은 카메라와 레이저 거리 측정계인 라이다, 위성 신호와 관성 센서 정보를 조합해 위치와 장애물을 파악한다. 비둘기의 시각 전략을 모방하면 위성 신호가 약한 숲속이나 도심에서도 안정적인 항법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알트슐러 교수는 "드론은 고정된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는데 비둘기처럼 능동적으로 움직이면 복잡한 환경을 더 잘 탐색하고 진정한 자율 비행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형 드론은 전력이나 무게 문제로 고성능 센서를 많이 달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드론 착륙에서도 비둘기와 같은 방식으로 카메라 방향을 적극적으로 바꾸면 자세 제어가 더 쉬워질 것으로 예측됐다.

참고 자료

Current Biology(2026), DOI: https://doi.org/10.1016/j.cub.2026.06.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