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병./pixabay

분리와 선별이 어려워 재활용되지 못하던 혼합 폐플라스틱을 고순도 수소로 바꾸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기존 방식보다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작동하고,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어 폐플라스틱 처리와 청정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된다.

김우재 이화여대 화공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혼합 플라스틱 폐기물을 고순도 수소로 바꾸는 '알칼리 열처리' 공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7일 게재됐다.

현재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가운데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약 9%에 그친다. 나머지 대부분은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연구진에 따르면 플라스틱 폐기물의 약 79%는 매립되고, 약 12%는 소각 처리된다.

재활용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폐플라스틱이 대개 여러 종류가 뒤섞인 상태로 배출돼 재활용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페트병에 많이 쓰이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비닐봉지나 포장재에 쓰이는 폴리에틸렌(PE), 생활용품과 용기에 널리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 등은 모두 성질이 다른 플라스틱이다. 이들이 섞여 있으면 재활용하기 전에 종류별로 분류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연구진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버려지는 플라스틱들을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소 자원으로 다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번에 개발한 알칼리 열처리 공정은 수산화나트륨 같은 알칼리 물질을 활용해 플라스틱을 분해하고, 이 과정에서 수소를 얻는 방식이다. 수산화나트륨은 흔히 '가성소다'로 불리는 강한 알칼리성 물질로, 플라스틱의 단단한 화학 구조를 깨뜨리는 반응을 돕는다.

기존에도 혼합 폐플라스틱을 수소로 바꾸는 기술은 있었다. 대표적인 방식은 폐기물을 매우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분해해 기체 연료를 얻는 가스화 기술이다. 하지만 가스화는 에너지 소모가 크고, 공정 조건이 까다로우며 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탄소 배출이 발생한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PE와 PP는 화학 구조가 안정적이어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열 산화 전처리 단계를 추가했다. 본격적인 처리에 앞서 플라스틱을 산화시켜 더 잘 반응할 수 있는 상태로 바꾼 것이다. 이후 열 산화 조건과 플라스틱 대비 수산화나트륨의 비율을 조절해 수소 생산 효율을 높였다.

그 결과, 연구진은 개별 플라스틱뿐 아니라 여러 종류가 섞인 폐플라스틱에서도 고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기존 가스화 공정처럼 플라스틱을 일일이 정교하게 분류하지 않아도 돼 실용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수소는 연소하거나 에너지로 사용할 때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연료로 꼽힌다. 다만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들거나 탄소가 배출되면 친환경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번 기술은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원료로 활용하면서도 비교적 낮은 에너지 조건에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기존 가스화 방식보다 에너지 부담과 탄소 배출을 줄일 가능성이 있어 지속 가능한 재활용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알칼리 열처리 공정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청정 수소 연료로 전환하는 새로운 업사이클링 경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PNAS(2026), DOI: https://doi.org/10.1073/pnas.253755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