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머크(MSD)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MSD에 따르면 2025년 키트루다 매출액은 317억달러를 기록했다. /MSD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을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달 말 미국 MSD '키트루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 대한 임상 1상 및 3상 중간 데이터 결과를 발표했다.

회사는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SB27)에 대한 임상 1상과 3상 시험에서 해당 의약품이 오리지널 제품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최종 데이터는 내년 상반기 공개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으로 꼽히는 미국 제약사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미국 특허 만료가 2029년으로 다가오면서 전 세계 제약사들 사이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키트루다는 폐암, 흑색종, 두경부암 등의 치료에 쓰이는 면역항암제. 지난해 글로벌 매출이 317억달러(약 48조원)로 세계 1위다. 국내 특허는 2028년, 미국 특허는 2029년, 유럽 특허는 2031년쯤 만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키트루다 미국 특허 만료 2029년… 48조원 바이오시밀러 경쟁 달아오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번 임상 1상과 3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오버랩(Overlap) 전략'에 돌입, 임상 2년 만인 올해는 임상 3상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다. 회사는 대규모 환자 모집이 필요한 3상 시험을 정석대로 진행했다. 14개국, 93개 병원에서 환자 555명을 대상으로 바이오시밀러 3상 시험을 실시했고, 이를 통해 키트루다와 같은 효과를 낸다는 데이터를 전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회사 측은 "치료 24주 차에 종양 크기가 감소한 환자 비율을 비교했을 때 키트루다와 같은 효과를 거뒀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안에 임상을 최종 완료하고, 주요 국가의 특허 만료 시점에 맞춰 시장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뿐 아니라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현재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단일 의약품 매출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키트루다의 매출은 현재 48조원 규모에서 2028년 350억달러(약 5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키트루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면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키트루다를 투여해야 하는 미국 환자들의 경우, 보편적 의료보험이 없으면 연간 20만8000달러(약 3억2000만원) 가량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된다면 오리지널 대비 20~30% 가량은 저렴한 가격에 약가가 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가 나온다면 같은 국가 건강 보험 재정으로 기존보다 2배 가량의 환자를 치료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독일·스위스는 속도전 VS 한국·미국은 정공법

기업별로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정책도 다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기 위해 3상 면제 제도를 마련했다. 이에 맞춰 많은 기업이 임상 3상을 단축하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독일의 '포미콘', 스위스의 '산도스' 같은 기업들은 규제 간소화 기조에 맞춰 각각 2025년 2월과 4월에 키트루다 시밀러 임상 3상 중단 및 철회를 전격 결정했다. 비용 부담이 큰 3상을 건너뛰고 초기 임상 데이터만으로 허가를 받아 빠른 시장 진입과 비용 효율을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나라 셀트리온 역시 임상 3상 시험 대상자 수를 기존 606명에서 220명으로 대폭 축소 신청하며 속도전에 합류했다.

반면 우리나라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미국의 암젠은 '정공법'을 택하고 있다. 대규모 임상 3상을 끝까지 유지해 이를 통해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항암제처럼 임상적 민감도가 높은 고위험군 의약품은 임상 3상 데이터가 없거나 부실하면 향후 각국 당국의 허가나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의사 처방 전환, 보험 등재 과정에서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