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입자에 밀려 추락하고 있는 우주망원경을 구하러 로봇 구조대가 출발했다. 임무는 우주망원경을 밀어 올려 고도를 높이는 것이다. 작전이 성공하면 구조대는 우주망원경과 분리돼 대신 지구 대기권에서 불타 사라진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같이 동료를 구하려고 자신을 희생하는 작전인 셈이다.
지난 3일 오후 8시 36분(한국 시간 오후 5시 36분) 남태평양 마셜제도 콰잘레인 환초에서 미국 카탈리스트 스페이스 테크놀로지스(Katalyst Space Technologies)의 우주선 '링크(LINK)'가 발사됐다. 링크는 3개월 안에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망원경인 '닐 게렐스 스위프트 관측소(Neil Gehrels Swift Observatory)'와 도킹(결합)해 고도를 높일 계획이다.
2004년 우주로 나간 스위프트는 별의 마지막 순간인 감마선 폭발을 관측하다가 최근 고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처음 발사됐을 때 임무 궤도는 지구 상공 600㎞였지만, 지난 2년 동안 360㎞까지 낮아졌다. 태양에서 분출된 고에너지 입자에 밀린 탓이다. 링크는 로봇 팔 3개로 우주망원경을 붙잡고 엔진을 점화해 고도를 높일 계획이다.
◇골든 타임 1년 안에 구조해야
카탈리스트에 따르면, 스위프트는 구조가 불가능한 고도인 300㎞ 아래로 떨어지기 전까지 임무를 수행할 시간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이 회사는 NASA의 지원을 받아 8개월 만에 스위프트를 구조할 로봇 우주선을 만들고 시험을 마쳤다.
링크는 냉장고만 한 크기의 무인 우주선으로 로봇 팔 3개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 세 차례 발사 시도 실패 끝에 마침내 우주로 향했다. 두 번은 악천후로 취소됐고, 세 번째는 기술적 문제로 좌절됐다. 카탈리스트는 앞으로 몇 주 동안 링크의 전원과 항법 장치, 카메라, 센서 등을 순차적으로 작동해 발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는지 점검한다고 밝혔다.
그만큼 링크는 발사부터 남달랐기 때문이다. 링크는 다른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처럼 지상에서 이륙한 우주로켓에 실려 우주로 가지 않고 공중 발사 방식으로 우주 궤도에 진입했다. 이날 미국 방산업체 노스럽그러먼의 대형 항공기 '스타 게이저'는 12㎞ 상공에서 링크를 탑재한 페가수스 XL 로켓을 분리했다. 로켓은 바로 엔진을 점화해 스위프트가 있는 궤도 근처까지 날아가 링크를 분리했다.
그렇다고 링크가 바로 스위프트와 도킹할 수는 없다. 스위프트가 정상 궤도에 있지 않고 고도가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도킹하려면 일단 움직이는 구조 대상부터 정확히 조준해야 한다. 링크는 앞으로 3~4주가 지나면 스위프트 바로 옆에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킹 과정은 신중하게 진행된다. 먼저 링크가 스위프트에 바짝 붙어 여러 각도에서 카메라로 촬영해야 한다. 로봇 팔로 어디를 잡을지 생각은 해뒀지만 스위프트가 20년 이상 우주에서 임무를 하면서 외형이 변형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구조 임무 D데이에 링크는 로봇 팔 3개로 시속 2만7000㎞로 날아가는 스위프트 망원경을 붙잡는다. 그 후 바로 엔진을 점화해 고도를 높인다. 전문가들은 망원경에 손상을 주지 않도록 고도 상승은 로켓처럼 치솟는 형태가 아니라 느리고 우아한 상승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링크는 2~3개월 동안 소형 추진기를 가동해 360㎞ 고도에서 스위프트의 예전 궤도인 지구 상공 600㎞ 지점까지 올라갈 예정이다.
◇사상 최대 감마선 폭발 관측한 망원경
스위프트는 본체가 가로·세로 5.6×5.4m로 대형 자동차만 한 크기이다. 무게는 1.6t이다. 2004년 11월 20일 천체 관측 카메라 3대를 달고 델타 II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나갔다. 원래 이름이 '스위프트 감마선 폭발 탐사선(Swift Gamma-Ray Burst Explorer)'이었던 데서 알 수 있듯 감마선 폭발 관측이 주 임무이다.
감마선 폭발은 우주에서 발생하는 가장 강력한 폭발 현상으로, 단 몇 초 만에 태양이 100억 년 수명 동안 방출하는 에너지를 방출한다. 수명을 다한 별이 블랙홀이 되거나 서로 충돌할 때 발생한다. 찰나에 일어나는 이런 대격변을 관측하려면 우주망원경이 민첩해야 한다고 이름에 '재빠른'이란 뜻의 영어인 스위프트를 붙였다.
스위프트는 원래 추진 장치가 없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세한 공기 흐름과 마찰하면서 궤도가 서서히 낮아질 운명이었다. 하지만 2024년 말, 태양의 11년 흑점(黑點) 주기가 예측보다 강해지면서 궤도 하강 속도가 가속화됐다. 흑점은 태양에서 고에너지 입자들이 폭발하는 현상의 진원지다. 태양애서 분출되는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 대기를 밀어내면 스위프트에 미치는 저항력도 증가한다.
이대로 두면 계속 하강해 지구 대기권과 마찰하면서 불타 소멸된다. 지금까지 수많은 인공위성이 수명을 다하고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불타 사라졌다. NASA는 스위프트는 과학적으로 특별한 존재여서 그대로 둘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미 스위프트는 2022년 10월 9일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과 함께 우주 관측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감마선 폭발인 GRB 221009A를 관측했다.
당시 감마선 폭발은 지구에서 약 24억 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궁수자리 방향에서 발생했다. 스위프트의 X선 망원경은 GRB 221009A가 처음 탐지된 지 1시간 뒤 폭발 방향에 있는 우리은하 내부의 먼지 층에서 그 잔광을 포착했다.
NASA는 스위프트를 구하기 위해 카탈리스트와 3000만달러(약 459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NASA 관계자들은 이번 스위프트 구조 작업은 시도해 볼 가치가 있는 '고위험·고수익'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스위프트가 여전히 작동되고 있고, 대체 우주망원경을 제작한다고 해도 수년씩 걸리고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우주의 '스위프트 일병 구하기'가 성공할지 전 세계인이 바라보고 있다.
참고 자료
NASA(2026), https://science.nasa.gov/mission/swift/swift-boost-mi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