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산 입자 안에 DNA가 담긴 합성 세포인 스퍼드셀. 개발자들은 스퍼드셀의 작동 방식이 살아있는 세포와 유사하다고 설명한다./미 미네소타대

세포 성장과 복제, 분열 능력을 모두 갖춘 합성 세포가 탄생했다. 영양분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난 돌연변이체는 자손을 더 많이 남겨 자연 선택 과정까지 구현했다. 실험실에서 합성한 세포가 최소한의 DNA만으로 세포의 일생인 전 주기를 모두 보여주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미네소타대 유전학·세포생물학·발생학과의 케이트 아다말라(Kate Adamala) 교수 연구진은 "지금까지 알려진 화학 성분으로 완전한 세포 주기를 수행할 수 있는 세포 유사 시스템인 '스퍼드셀(SpudCell)'을 개발했다"고 1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식 논문으로 학술지에 게재되기 전에 인터넷에 먼저 공개됐다.

◇유전자 36개만으로 세포 주기 완성

연구진은 유전자 36개를 원형 DNA인 플라스미드 7개에 배치했다. DNA를 이루는 염기쌍의 수는 9만개에 불과했다. 인간의 DNA 염기쌍은 30억개에 이른다. 연구진은 플라스미드 DNA를 다수 복제한 다음, DNA와 단백질의 구성 성분과 지방산으로 둘러싸인 입자인 리포솜 등 세포에 필요한 모든 성분이 있는 배양액에 넣었다. 그러자 일부 지질 입자에 원형 DNA 7개가 모두 들어간 합성 세포가 만들어졌다.

스퍼드셀은 DNA를 복제하지만 영양분은 전적으로 외부에 의존했다. 합성 세포는 알파-헤모리신이라는 막 단백질을 만들어 주변 리포솜과 융합해 영양분을 흡수했다. 리포솜이 피부에 화장품 성분을 전달하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합성 세포는 영양분을 먹고 자랐다.

또 다른 막 단백질인 플래그(FLAG)는 외부에 있는 스트렙탑딘이라는 거대 분자와 결합했다. 이러면 물풍선에 무거운 돌을 얹으면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듯, 세포 표면 분자들 사이에 반발력이 생겨 세포가 둘로 분리됐다. 세포 분열이 일어난 것이다. 이렇게 세포 성장과 분열, 증식이라는 전 주기가 완성됐다.

연구진은 합성 세포에 아다말라 교수의 이름을 붙이려 했지만, 세포 모양이 감자(spud) 같다고 스퍼드셀이라고 지었다고 했다. 아다말라 교수는 1957년 처음 우주로 발사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Sputnik)'의 이름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생명과학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자평한 것이다.

스퍼드셀은 돌연변이와 자연선택 과정도 보여줬다. 연구진은 스퍼드셀 일부에 영양분을 가진 리포솜과 결합하는 막 단백질을 더 많이 만들도록 돌연변이를 유발했다. 변이 스퍼드셀은 영양분을 더 빨리 흡수해 성장 속도가 더 빨랐다. 처음에 원래 스퍼드셀과 변이 스퍼드셀의 수가 같았지만 5세대를 거치고 나자 60%가 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먹성이 좋은 세포가 생존 경쟁에서 이겨 선택된 셈이다.

합성 세포인 스터드셀(SpudCell)이 분열하는 모습./미 미네소타대

◇"인류 최초 비행에 맞먹는 사건"

세포를 인공 합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다만 방식이 달랐다. 과거에는 자연에 있는 세포에서 유전자를 줄이고 꼭 필요한 것만 남기는 탑다운(top down, 하향식) 방식을 썼다.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미국의 생명과학자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2010년 인공 합성한 유전자를 가진 박테리아 'JCVI-syn1.0'을 발표했다. 최초의 인공 생명체였다.

연구진은 소나 염소 같은 반추동물의 내장에 기생하는 병원균인 마이코플라즈마 마이코이데스(Mycoplasma mycoides)의 유전자를 없애고 그 자리에 인공 합성한 유전자를 주입했다. 이 세균은 지금까지 알려진 생명체 중 유전자가 가장 작다. 벤터 박사는 합성 세균의 유전자를 극한으로 줄였다. 2016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인공 생명체 JCVI-syn3.0은 원래 유전자의 45%가 없었다. 이 세균은 유전자가 901개인데 유전자 분석을 통해 최적화시켜 473개만으로도 충분히 생존과 증식을 할 수 있었다.

미네소타대 연구진은 그와 반대로 세포의 구성 성분을 그러모아 만드는 바텀업(bottom up·상향식) 방식을 택했다. 과학계는 독창적인 시도라고 평가했다.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JCVI)의 합성 세포 연구 책임자인 존 글래스(John Glass) 박사는 뉴욕타임스지에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의 제조법을 터득한 적이 없다"며 "아다말라 교수가 이 모든 것들을 하나로 통합했다는 점은 놀라운 성과"라고 말했다.

반면 스퍼드셀이 외부 영양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단백질 합성 도구도 스스로 만들지 못한다는 점에서 온전한 세포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DNA는 유전 정보인 염기 서열대로 아미노산들을 연결해 모든 생명 현상을 관장하는 단백질을 합성한다. 이 과정은 리보솜이라는 세포 소기관에서 이뤄지는데 스퍼드셀은 대장균의 리보솜에 의존했다. 돌연변이나 세포 분열도 인위적으로 유발했다는 점에서 온전한 세포로 보기 힘들다고 비판하는 과학자도 있다.

하지만 스탠퍼드대의 합성 생물학자인 드루 앤디(Drew Endy) 교수는 스퍼드셀이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사상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 항공기인 플라이어 1호와 맞먹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앤디 교수는 "라이트 플라이어가 12초 동안 비행했다고 보잉737기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며 "마찬가지로 스퍼드셀도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1만5000배로 확대한 인공 박테리아 '마이코플라스마 마이코이데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원래 유전자의 45%를 없애고 473개만 남은 상태이다./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현미경연구센터

◇악용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

아다말라 교수는 스퍼드셀을 더 완전한 생명체로 만들고 다양한 실험에 적용하기 위해 과학자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 그는 앤디 교수와 함께 스퍼드셀 연구를 위해 바이오틱(Biotic)이라는 공익 연구 기관을 설립했다. 이미 1000만달러 규모의 연구비도 확보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연구 성과를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 결과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연구진은 스퍼드셀이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를테면 세포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자가 몇 개인지 같은 질문을 해결하는 것이다. 또 의약품으로 쓸 유용 물질을 생산하거나 독성 물질을 분해하고 온실가스를 붙잡는 데 최적인 합성 세포도 만들 수 있다.

일부에서는 스퍼드셀이 비윤리적으로 사용되거나 심지어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앤디 교수는 공개형 오픈소스 방식의 과학자 커뮤니티가 그런 사태를 예방하는 데 더 낫다고 밝혔다. 그는 "누군가 먼저 나서길 기다렸다가 뒤늦게 대응하는 대신, 지금 당장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Biotic(2026), https://biotic.org/research/spudcell/

Science(2016),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ad6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