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세포' 개발 로드맵이 네이처에 공개됐다. /AI 생성 이미지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알파폴드'에 이어, 살아 있는 세포 전체의 움직임을 컴퓨터에서 모사하려는 '가상 세포'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유전자를 바꾸거나 약물을 투여했을 때 세포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를 AI로 예측하는 '가상 효모(virtual yeast)'가 첫 시험대다. 이를 위해 빵 효모 세포의 주요 기능을 AI 모델로 구현하려는 대형 국제 프로젝트가 공개됐다.

중국 시후대, 미국 스탠퍼드대, 캐나다 토론토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효모의 유전자와 단백질, 대사 과정, 세포 내부 구조를 통합해 생명 현상을 예측하는 '가상 효모' 개발 로드맵을 2일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번 논문은 가상 효모를 실제로 개발했다는 연구가 아니라,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와 AI 구조, 자동화 실험 체계를 제안한 전망 논문이다

◇ 8개 부서 지휘하는 'AI 팀장'

연구팀이 목표로 하는 '가상 효모'는 세포의 모습을 단순히 컴퓨터 화면에 재현하는 3차원 모형이 아니다.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영양분·온도·약물 조건을 바꿨을 때 단백질과 대사물질의 양, 세포 성장 속도 등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예측하는 AI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첫 시험대로 택한 생물은 제빵과 양조에 쓰이는 단세포 진핵생물인 출아효모다. 크기는 3~10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핵, 미토콘드리아, 소포체, 골지체 등 진핵세포의 핵심 구조를 모두 갖추고 있다.

이번에 연구팀이 제시한 '가상 세포' 모델은 하나의 거대한 AI 모델이 모든 기능을 처리하는 방식이 아니다. 연구팀은 세포의 기능을 8개 영역(유전·대사·에너지·스트레스 반응 등)으로 나눠 각각 특화 AI에 맡기고, 대규모언어모델(LLM)은 '총괄 팀장' 역할을 맡도록 했다. 8개의 'AI 부서'들을 만들고, 이를 팀장이 지휘하는 식이다. 예컨대 사용자가 "세포가 영양 부족을 겪을 때 핵과 미토콘드리아의 활동이 어떻게 바뀌는가"라고 물으면, 총괄 AI가 관련 특화 AI를 골라 분석을 맡기고 결과를 종합하는 방식이다.

◇"모르는 건 직접 배양해 확인"…실험도 설계하는 AI

가상 효모의 핵심은 정적인 예측 모델이 아니라 실험과 모델링이 맞물려 도는 구조에 있다. AI가 예측이 어려운 유전자나 환경 조건을 골라내면, 자동화된 실험 장비가 실제 효모를 배양하고 분석한다. 새로 얻은 결과를 다시 AI에 학습시켜 예측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사람이 일일이 실험 조건을 정하는 기존 방식보다 적은 실험으로 세포의 복잡한 반응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초기 학습 자료를 만들기 위해 효모 969개 계통 가운데 유전적·기능적으로 다양한 12개를 선정했다. 이들 효모에 탄소·질소 영양원과 온도, 화학물질 등 200개가 넘는 조건을 적용해 시간대별 단백질체 자료 1만5000건 이상과 대사체 측정 자료 5000건 이상, 성장 곡선 2500건 이상을 확보했다.

◇ "가상 효모 5~10년내 등장"

연구팀은 가상 효모가 바이오연료와 의약품 원료를 생산하는 효모를 설계하고, 약물 표적과 세포 노화의 원리를 찾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초기 모델은 세포 전체를 완벽히 복제하는 디지털 트윈이 아니라 대사나 스트레스 반응처럼 특정 기능을 예측하는 도구에 가까울 전망이다. 연구팀은 여러 기능을 통합한 가상 효모가 등장하기까지 5~1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가상 효모에서 검증된 기술은 향후 인간 세포의 반응을 예측하는 모델로 확장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합성생물학과 약물 표적 발굴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