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뷰티 기업 로레알이 지난 29일 국내 바이오 기업 올릭스와 손·발톱 건강을 위한 '짧은 간섭 리보핵산(siRNA)' 물질 발굴 계약을 체결했다. 이 물질은 질병이나 노화를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의 작동을 원천 차단하는 '리보핵산 간섭(RNAi)' 기술의 핵심 유전 물질이다.
두 회사는 이미 지난해 6월에 피부·모발 재생과 노화에 초점을 맞춘 siRNA 플랫폼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그 협력 범위를 손·발톱 분야까지 넓혔다. 로레알이 연구비를 대고, 올릭스는 실제 효과가 있는 물질을 찾아냄으로써, 이른바 '바르는 유전자 화장품'을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개발하겠다는 포부로 해석된다.
최근 글로벌 빅파마 및 뷰티 기업들이 리보핵산 간섭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리보핵산 간섭 기술은 쉽게 말하면 우리 몸속에서 병이나 노화를 일으키는 나쁜 단백질의 생산을 원천 봉쇄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탈모, 노화, 비만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각종 난치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이 몸속에서 아예 만들어지지 않도록 차단할 수 있다. 질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술인 셈이다.
◇빅파마부터 뷰티 기업까지 눈독 들인다… 리보핵산 간섭 기술
그동안 대부분의 약물은 이미 생긴 몸속 나쁜 단백질을 찾아가 공격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왔다. 리보핵산 간섭 기술은 단백질을 만들도록 설계도를 전달하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아예 중간에서 차단한다. 불량 단백질이 생기는 것 자체를 막아주는 기술이다.
과거엔 리보핵산 간섭 기술을 간 질환 정도에만 적용했으나, 최근엔 짧은 간섭 리보핵산 유전물질 가닥을 간 외에도 다양한 장기나 지방, 근육, 뇌까지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이 속속 개발되면서 그 적용 범위가 한층 넓어지고 있다.
올릭스는 이 짧은 간섭 리보핵산 유전물질을 지방과 근육 세포, 뇌세포까지 보낼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는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중국계 바이오텍인 사네진바이오도 관련 기술 개발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계속 몰리는 투자금
전 세계 빅파마들은 이 리보핵산 간섭 기술을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비만 치료제 '위고비'로 유명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관련 기술 확보를 위해 2021년 다이서나(Dicerna)라는 siRNA 전문 기업을 33억달러에 인수했다. 리보핵산 간섭 기술을 비만과 당뇨는 물론 각종 만성 질환과 희소 질환 치료제까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임상 1상 단계의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스위스 제약사 로슈는 리보핵산 간섭 기술에서 가장 앞선 기업으로 평가받는 미국 바이오텍 앨나일람(Alnylam Pharmaceuticals)과 손잡고 고혈압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차단하는 주사제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앨나일남은 지난해 3월 리보핵산 간섭 기술로 개발한 혈우병 치료제에 대한 FDA 허가도 받았다.
노바티스 역시 앨나일남과 손잡고 1년에 두 번만 맞으면 되는 고지혈증 주사 치료제 '렉비오'를 2020년 시장에 출시한 바 있다. 최근엔 기존 약물로는 조절이 불가능했던 심혈관 질환의 또 다른 주범 '지질단백질(a)'을 차단하는 차세대 siRNA 신약 '펠라카르센'을 개발 중이다. 현재 임상 3상 마무리 단계까지 왔다.
유럽의약품청(EMA)에 따르면, 리보핵산 간섭 기술 관련 치료제 개발은 매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현재 관련 임상시험만 60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시장조사 기업 리서치앤마켓츠에 따르면, 리보핵산 간섭 기술 시장은 2025년 44억달러(약 6조8000억원) 정도에서 2030년엔 100억달러(약 15조4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