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복 기초과학연구원(IBS) 신임 원장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연구자를 연구단장으로 발굴해 장기간 지원하는 '개척가형 연구단' 구상을 밝혔다. IBS의 성과 평가와 운영 방향도 저명 학술지 논문 중심의 수월성에서, 새로운 연구 영역을 여는 돌파형 연구 중심으로 옮기겠다는 방침이다.
장 원장은 1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한 한 젊은 개척가형 연구단장을 영입해 IBS 연구진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돌파형 연구가 시작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연구단장을 맡는 시점을 지금보다 10년 정도 점진적으로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지난 6월 4일 제4대 IBS 원장에 임명됐다. 장 원장은 2012년 IBS 연구단 출범 때부터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을 이끌어 온 내부 출신 연구자다. IBS 연구단장이 원장에 오른 것은 2011년 IBS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임기는 2031년 6월까지 5년이다.
장 원장이 주목한 모델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다. 그는 "막스플랑크에서 노벨상을 받은 연구자들이 연구단장에 임명된 시기는 대체로 41~44세였고, 핵심 연구를 시작한 시점은 37~38세였다"며 "IBS는 동료 평가를 통해 적합한 연구자를 발굴하고, 10년 이상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앞서 장 원장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IBS를 '디스커버리 허브'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당시 그는 "수월성을 넘어 새로운 발견과 새로운 개념을 중심 가치로 삼아야 한다"며 "향후 5년 동안 10개 이상의 개척가형 연구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구상은 IBS의 평가 기준을 바꾸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장 원장은 간담회에서 "한국에서는 승진하거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논문 수나 학술지 중심의 생산성 경쟁을 해야 한다"며 "연구 성과를 논문 수나 학술지 지표만으로 판단하기보다, 동료평가를 통해 연구 내용과 파급력을 더 깊이 보겠다"고 덧붙였다.
장 원장은 IBS의 연구 생태계도 더 개방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초과학을 중심에 두되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기업, 병원 등 다양한 연구 기관과의 협력 연구를 확대하겠다"며 "각 연구단의 특성과 목표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장 원장은 "IBS가 응용 연구나 산업화 영역까지 직접 확장하겠다는 뜻은 아니고, IBS 연구자와 외부 연구자가 협업할 때 있던 제한을 완화하겠다는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기초과학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기술과 과학이 빠르게 맞물리는 환경에 맞춰 연구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양자과학과 합성생물학, 신소재, 유전자치료,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등을 예로 들며 유연하게 연구 분야를 넓힐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공지능(AI)이 기초과학에서도 효율성과 집중도 면에서 이미 여러 분야를 압도하고 있다. 기초과학과 AI의 접목도 IBS가 선도적으로 이끌 것"이라며 "IBS에 그래픽처리장치(GPU) 약 1000장을 도입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장 원장은 "IBS 내부 사람이었지만 원장을 맡고 보니 연구원이 많이 경직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직개편을 통해 창의성과 유연성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초과학 연구의 사회적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미래 세대가 과학자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과학문화 확산에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