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지난 26일(현지 시각) 이 회사로선 '인 비보 카티(in vivo CAR-T·생체 내 CAR-T)' 치료제 개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인 비보 카티'는 환자 몸속에서 면역세포를 유전적으로 변형시켜 질병을 일으키는 망가진 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환자 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 치료제를 만들고 다시 넣어주던 기존의 카티 치료제 방식의 단점을 해결할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다. 그동안은 암 치료에 주로 쓰였으나 모더나는 이 기술을 자가면역질환 치료로까지 영역을 넓히겠다고 나서고 있다. 인 비보 카티 기술을 활용해 자가면역질환인 '전신 홍반성 루푸스 치료'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모더나는 관련 임상을 2027년에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발표 직후 모더나 주가는 전날보다 10.97% 급등한 66.35달러에 마감됐다.
'인 비보 카티' 치료법이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새롭게 눈독을 들이는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모더나 외에도 일라이릴리, 애브비, BMS 같은 글로벌 빅파마들이 수조 원씩을 들여 관련 신약 후보 물질을 확보하기 위해 뛰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최근 잇따라 인 비보 카티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주사 한 방으로 병 치료한다" 빅파마 돈 쏠리는 '인 비보 카티' 치료제
우리 몸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가 있다. 이를 T세포라고 한다. 보통 우리 몸속 가슴샘(Thymus·흉선)에서 자라기 때문에 T세포라는 이름이 붙었다. T세포는 우리 몸속을 돌아다니다가 이상하게 변하거나 망가진 세포를 발견하면 바로 공격하고 제거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문제는 망가진 세포들이 종종 스스로 면역 억제 물질을 뿌리거나 위장막을 만들어 T세포가 공격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카티(CAR-T) 세포다. 환자 세포를 추출해 T세포를 분리한 뒤, 유전자 편집 과정을 거쳐 질병을 유발하는 세포를 식별하는 장치인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를 발현시킨다. 마치 T세포에 암세포를 찾아내는 고성능 안테나를 달아주는 과정과도 비슷하다. 완성된 카티 세포를 환자 몸에 다시 주입하면, 몸 안에서 증식하면서 고장 난 세포들을 찾아내고 없애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1세대 카티 치료제'는 환자의 세포를 '몸 밖(ex vivo)'에서 추출해서 만들다 보니 과정이 복잡한 것이 단점이었다. 만들려면 최소 몇 주가 걸렸고, 비용이 수억 원씩 들었다. 전문 시설이 있는 대형 병원에서만 치료가 가능하다는 한계도 있었다.
인 비보 카티 치료제는 반면 환자 몸속(in vivo)에 유전자 정보가 담긴 '설계도(mRNA)'를 특수 운반체(지질나노입자 등)에 실어 환자에게 '주사 한 방'으로 놓으면 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암이나 자가면역질환을 감기 주사 맞듯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돈 냄새를 맡은 글로벌 대형 제약회사들은 이미 해당 기술을 차지하기 위한 '쩐의 전쟁'에 돌입했다.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로 유명한 미국 일라이릴리는 인 비보 카티 치료제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는 바이오 기업 켈로니아 테라퓨틱스를 지난 4월 최대 70억달러(약 10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5월 벨기에의 인 비보 세포 치료제 전문 기업인 '에소바이오텍'을 최대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인수했고, 미국 애브비는 지난해 8월 지질나노입자 기반의 인 비보 기술을 가진 캡스탄 테라퓨틱스를 21억달러(약 3조원)에 인수했다. 미국 BMS는 지난해 10월 차세대 RNA 기반의 인 비보 플랫폼을 보유한 오비탈 테라퓨틱스를 15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인수했고,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자회사 카이트는 지난해 10월 중국의 프리진 바이오파마와 차세대 인 비보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16억4000만달러(약 2조5000억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오 업계에선 지난 한 해 동안 글로벌 빅파마들이 각종 인비보 치료제 확보를 위해 들인 인수 금액을 합치면 20조원이 넘는다고 보고 있다.
◇K바이오도 개발 경쟁
국내 기업들도 인 비보 카티 개발에 잇따라 돌입하고 있다. GC녹십자와 앱클론은 각각이 보유한 기술을 결합해 인 비보 카티 치료제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데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앱클론은 스웨덴의 스트라이크 파마와도 협력해 인 비보 카티 치료제 플랫폼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최근 국내 첫 카티 치료제를 허가받은 큐로셀도 자사의 신약을 기반으로 인 비보 카티 치료제를 포함한 차세대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카루스바이오(구 엠디뮨)는 지난 4월 사명을 변경하고 인 비보 카티 치료 전문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