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에서 해 온 임상 시험이 중국 군사력 강화에 활용됐을 가능성에 대해 미국 의회가 조사에 나섰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의 미·중 전략경쟁 특별위원회를 이끄는 공화당 소속 존 물레나르 의원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에서 진행하는 임상 시험과 데이터 처리 과정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중국이 전 세계 최대의 임상 시험 국가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그만큼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이젠 바이오 분야로 본격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 의회, 중국 임상 시험 과정 조사한다
이번 조사 대상 기업은 미국 MSD, 애브비, 일라이릴리, 화이자,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등 다섯 곳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이 기업들이 중국에서 임상 시험을 하는 와중에 미국의 첨단 바이오 기술과 지식 재산권이 중국 군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위원회는 해당 기업들에 중국 임상시험 실사 절차와 데이터 보호 체계, 연구 참여자 동의 절차 등에 대한 자료를 17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의회는 특히 중국 신장 지역과 중국 군 병원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는 중국 연구 기관들이 위구르족 등 소수 민족에게 제대로 동의를 받지 않고 강제로 DNA 등의 바이오 데이터를 수집할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에 따르면 MSD는 2005년 이후 중국에서 224건의 임상시험을 후원하거나 공동 수행했다. 이 중 30여 건은 신장 지역에서 진행됐다. 중국 군과 연계된 병원과 의료 기관에서 수행된 임상 시험도 40건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브비 역시 2007년 이후 중국에서 100건 이상의 임상시험을 진행해왔다. 다만 아직까지 이들 기업이 불법 행위나 위법 행위에 연루됐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급부상한 中 바이오…견제 강화하는 美
이번 조치는 중국 바이오 산업의 급성장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경계심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은 정부 보조금과 규제 완화 정책을 등에 업고 전 세계 최대의 임상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임상 시험 속도가 빠르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전 세계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퉈 찾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초기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시험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48%에서 2024년 37% 수준으로 감소한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8%에서 32%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바이오 기업의 영향력 확대는 기술 이전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지난해 중국 바이오 기업으로부터 각종 신약 후보 물질을 도입하는 라이선스 계약에 1380억달러(약 214조원)를 써왔다. 역대 최대 규모다.
미국은 이에 최근 바이오 분야를 반도체와 인공지능(AI)에 이어 새로운 전략 기술로 규정하고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발효된 생물보호법을 통해선 연방 정부 기관이 특정 해외 바이오 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제한했다. 미 의회는 바이오 분야의 대(對)중국 투자와 기술 이전을 국가 안보 심사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