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빛을 뇌에 전달하면서 동시에 신경 신호를 읽을 수 있는 투명 전극을 개발하고, 동물실험에서 실제 시각 반응과 유사한 신호를 확인했다.
성혜정·임매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연구원 공동연구진은 초박막 투명 신경전극을 개발해 실명 마우스의 뇌에서 인공시각 신호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기술은 망막색소변성증처럼 망막의 빛 감지 세포가 손상된 질환을 겨냥한다. 이런 경우 눈은 빛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 부위는 비교적 기능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점에 착안해 눈을 거치지 않고 뇌의 시각중추를 빛으로 자극하는 방식을 실험했다.
기술의 핵심은 빛을 잘 통과시키면서도 뇌 신호를 정확히 읽는 전극이다. 기존 금속 전극은 신경 신호 측정에는 유리하지만 빛을 막는 문제가 있었다. 반대로 투명 전극은 빛은 통과시키지만 전기 신호를 읽는 성능이 떨어졌다.
연구진은 전극 표면에 특수 코팅을 적용해 금을 아주 얇고 고르게 입히는 방식으로 이 한계를 줄였다. 금 박막 두께를 10㎚(나노미터, 10억분의 1m) 수준으로 낮췄고, 전극 전체 두께도 약 4㎛(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로 얇게 만들었다. 머리카락보다 훨씬 얇아 뇌 표면에 밀착되기 쉬운 구조다.
개발된 전극은 빛의 65% 이상을 통과시키면서 기존 수준의 신경 신호 측정 성능을 유지했다. 빛 자극 때 생기는 전기적 잡음은 최대 74% 줄었고, 2만번 구겼다 펴는 실험에서도 성능이 유지됐다.
연구진은 이 전극을 실명 마우스의 뇌 표면에 올린 뒤 파란빛으로 시각중추의 신경세포를 자극했다. 그 결과 정상 시각 마우스의 뇌 신호와 78% 유사한 인공시각 신호가 나타났다. 망막을 거치지 않고도 뇌에서 시각 반응에 가까운 신호를 만들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다만 이번 성과는 동물실험 단계다.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려면 장기 안전성, 시각 정보의 정밀도, 인체 적용 가능성 등을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향후 인공시각뿐 아니라 청각·촉각 복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매순 KIST 책임연구원은 "빛과 신호 기술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첨단 BCI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며 "난치성 신경 및 감각 질환으로 고통받는 국민 삶의 질 향상에 한 걸음 더 다가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최신 호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참고 자료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2026), DOI: https://doi.org/10.1002/adfm.202531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