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에 이어 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던 MASH 분야가 2024년 첫 MASH 치료제 레스메티롬 출시를 계기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MASH는 비만, 제2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같은 대사 질환과 밀접하게 연관된 진행성 간 질환이다.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지만, 간에 지방이 쌓이고 염증이 반복되면 간 조직이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진행된다. 심하면 간경변과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자 수는 늘고 있지만 쓸 수 있는 약은 많지 않아 대표적인 미충족 의료 수요로 꼽혀 왔다.
◇경구용 MASH 신약 후보 물질 '바노글리펠'
동아에스티와 관계사 메타비아는 경구용 MASH 신약 후보 물질 '바노글리펠'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바노글리펠은 GPR119 작용 기전을 기반으로 한 먹는 약이다. GPR119는 장과 췌장뿐 아니라 MASH 병태에 관여하는 간세포, 대식세포, 간성상세포에도 존재한다. 바노글리펠은 이들 세포의 GPR119에 직접 작용해 간 내 지방 축적, 염증, 섬유화 진행을 동시에 억제하는 전략을 추구한다. MASH와 당뇨병을 동시에 겨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메타비아는 앞서 진행한 미국 임상 2a상에서 바노글리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바노글리펠 투여군은 간 손상 지표인 ALT 수치가 감소했고, 간 지방량과 간 경직도 개선 가능성도 확인됐다. 혈당 조절 지표인 당화혈색소(HbA1c)도 개선됐다. MASH 환자들이 비만과 당뇨병을 함께 앓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간과 대사질환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약물은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
◇병용 치료 전략 주목
특히 업계는 MASH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병용 치료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미국당뇨병학회에서 공개된 연구 결과가 대표적이다. 메타비아가 공개한 MASH 마우스 모델 연구에서 바노글리펠과 레스메티롬 병용 투여군은 대조군보다 체중이 23.6% 감소했다.
체지방량과 부고환 지방량도 각각 43.5%, 42.1% 줄었다. 이러한 체중 감소는 사료 섭취량 감소나 근육 등 제지방량 감소 없이 관찰됐다. 간 손상 지표인 ALT는 83.5% 감소했고, 조직병리학적 분석에서도 간 지방 축적과 염증, 섬유화 관련 바이오마커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두 약물은 서로 다른 기전으로 작용한다. 레스메티롬은 갑상선호르몬 수용체 베타(THR-β)를 표적으로 간 지방 축적을 줄인다. 바노글리펠은 GPR119 작용을 기반으로 대사 기능을 개선해 혈당, 체중, 간 대사 이상을 함께 조절한다. 회사 측은 두 약물의 병용이 백색지방조직에서 UCP1 발현과 미토콘드리아 생성을 늘려 에너지 소비를 높이고, 이를 통해 체중 감소를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뇨 치료제와 병용 효과 가능성
당뇨병 치료제와의 병용 가능성도 제시됐다. 바노글리펠과 메트포르민 병용 투여군은 단독 투여군보다 혈당 조절과 체중 감소 효과가 향상됐다. 병용 투여군은 비공복 혈당을 28.7% 낮췄고, 체중은 대조군보다 16.3% 감소했다. 체지방량도 줄었다. GLP-1 수치는 6.4배 증가했고, 식욕 억제 호르몬인 PYY 수치도 1.5배 늘었다. 메트포르민은 제2형 당뇨병에서 널리 쓰이는 기본 치료제다. 바노글리펠이 향후 MASH뿐 아니라 제2형 당뇨병 영역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대사 질환 환자는 여러 질환을 동시에 가진 경우가 많다. MASH 치료제 개발 경쟁도 단일 지표 개선을 넘어 혈당, 체중, 체지방, 간 기능을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 메타비아는 이번 연구 결과가 바노글리펠의 단독 치료 가능성과 병용 치료 전략을 동시에 보여준다고 했다. 동아에스티와 메타비아는 바노글리펠을 앞세워 MASH와 당뇨병을 아우르는 대사 질환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