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에 위치한 보령 예산캠퍼스 전경. 이곳은 유럽 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EU-GMP) 인증을 받은 생산 시설이다. /보령 제공

보령이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로부터 오리지널 항암제 '탁소텔(Taxotere)' 글로벌 사업 인수를 완료했다.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빅파마의 오리지널 항암제 사업을 인수해 판권과 생산, 유통, 허가, 상표권까지 직접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령은 지난 2일 탁소텔 글로벌 비즈니스 인수 절차를 최종 마무리했다. 이달부터 관련 매출도 보령 실적에 반영된다. 보령은 이번 계약을 통해 한국, 중국, 독일, 스페인 등 19개 국가·지역에서 탁소텔 사업 전반을 확보했다. 계약 규모는 약 1억7000만유로다.

◇완성된 사업 모델로 매출 즉시 확보

이번 인수는 이미 구축된 사업을 그대로 넘겨받는 구조다. 일반적인 해외 진출은 현지 허가와 유통망 구축, 시장 안착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탁소텔은 사노피가 운영해온 글로벌 공급망과 고객 기반이 이미 형성돼 있다. 인수 완료와 동시에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김성진 보령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탁소텔은 신규 사업이 아니라 이미 완성된 사업 모델"이라며 "통상 수년이 걸리는 글로벌 사업 안정화 과정 없이 검증된 기반 위에서 곧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했다.

탁소텔은 도세탁셀 성분의 오리지널 세포독성항암제다. 유방암, 폐암, 전립선암, 위암, 두경부암 등 주요 고형암 치료에 폭넓게 쓰인다. 최근 항암 치료는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세포독성항암제는 여전히 항암 치료의 기본 축으로 꼽힌다. 특히 여러 약을 함께 쓰는 병용요법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공급 줄어드는 필수 항암제 시장

보령이 주목한 것은 세포독성항암제 시장의 공급 구조다. 세포독성항암제는 고도의 안전 설비, 까다로운 생산 공정, 제조 과정에서 엄격한 품질 관리가 요구된다. 여기에 수익성 부담까지 겹치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이 생산 라인을 줄이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수요는 여전히 크다. 주요 암 치료에서 세포독성항암제가 계속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러 국가에서 품절과 공급 차질이 반복되면서 필수의약품으로서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보령은 이처럼 수요는 유지되지만 공급자가 줄어드는 시장에서 안정적인 공급 역량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CSO는 "세포독성항암제는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의 가치가 커지는 시장"이라며 "필수의약품 공급망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한다"고 했다.

◇예산캠퍼스,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보령은 탁소텔 생산을 단계적으로 국내로 이전할 계획이다. 그 중심은 충남 예산캠퍼스다. 보령 예산캠퍼스는 유럽 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EU-GMP) 인증을 받은 생산 시설이다. 세포독성항암제 전용 생산라인과 자동화 설비, 글로벌 수준의 품질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보령은 이미 '젬자'와 '알림타' 등 항암제 생산 전환 경험을 쌓았다. 회사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탁소텔 생산 내재화를 추진하고, 예산캠퍼스를 글로벌 항암제 공급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허가, 품질, 생산, 유통까지 직접 책임지는 구조로 사업을 넓히는 것이다.

보령은 이번 인수를 글로벌 사업 확장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오리지널 항암제 포트폴리오 확대,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강화, 자체 고혈압 신약 제품군인 '카나브 패밀리'의 해외 수출 확대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탁소텔을 통해 확보한 글로벌 인허가와 유통 네트워크도 향후 CDMO 수주와 자체 제품 수출 확대에 활용할 계획이다.

보령은 2030년까지 글로벌 제품 판매와 CDMO 사업을 통해 수출 시장에서 연매출 2000억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보령 관계자는 "탁소텔 인수는 단일 제품 확보가 아니라 글로벌 필수 항암제의 허가·품질·생산·유통을 직접 책임지는 회사로 전환하는 계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