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하하하" 웃을 때는 짧은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된다. 이런 웃음의 기본 박자가 유인원에게도 약 1500만 년 전부터 존재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워릭대 연구팀은 오랑우탄과 고릴라, 보노보, 침팬지, 인간의 웃음소리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에 26일 발표했다.
웃음은 인간만의 행동이 아니다.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 등 모든 대형 유인원은 놀이를 하거나 간지럼을 탈 때 웃음과 비슷한 소리를 낸다. 하지만 이 웃음소리가 어떤 리듬을 갖고 있으며, 인간의 웃음과는 어떻게 다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생후 6개월부터 7세까지의 오랑우탄 4마리와 고릴라 2마리, 보노보 3마리, 침팬지 4마리, 인간 어린이 4명에게서 녹음한 웃음소리를 분석했다. 놀이하거나 간지럼을 태울 때 나온 웃음 140개 구간에서 각각의 소리가 시작되는 시점과 다음 소리가 나올 때까지의 간격을 측정했다.
분석 결과, 다섯 종(種) 모두에서 웃음소리가 대체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되는 이른바 '등시성(等時性) 리듬'이 확인됐다. 쉽게 말해 "하-하-하"의 각 소리가 무작위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박자를 따라 이어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리듬이 인간과 현존 유인원의 공통 조상에게도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대형 유인원이 분화한 기간을 감안해 약 1500만 년 전부터 일정한 박자의 웃음이 있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인간과 유인원의 웃음 기본 박자는 비슷했지만, 속도와 변화 폭에는 차이가 있었다. 인간과 가까운 종일수록 웃음소리 사이의 간격이 짧아져 전체적인 속도가 빨랐고, 웃음의 박자도 더 다양하게 변했다.
이번 연구에서 인간만이 상황에 따라 웃음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어린이는 다른 사람과 놀 때보다 간지럼을 탈 때 더 빠르게 웃었다. 하지만 오랑우탄, 고릴라, 보노보, 침팬지에서는 놀이와 간지럼에서 웃음 속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사람의 웃음에서 나타나는 리듬의 변동이 단조로운 웃음보다 사회적·정서적으로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했다. 또한 상황에 따라 웃음의 속도와 리듬을 바꾸는 발성 조절 능력이 인간의 말과 언어가 출현하는 토대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소리는 화석으로 남지 않기 때문에 인류 조상의 발성 능력을 직접 추적하기 어렵다. 이에 연구팀은 모든 대형 유인원이 공유하는 웃음이 발성 제어 능력의 진화를 살펴볼 수 있는 '살아 있는 기록'이라고 했다. 웃음이 점차 빨라지고 다양해지며 상황에 맞게 조절되는 방향으로 바뀐 흐름이 인간의 언어 능력 발달과 맞닿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의 유인원 표본이 종별로 2~4마리에 불과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연구팀은 더 많은 개체와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