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와 성별, 입맛, 영양 목표를 입력하면 AI(인공지능)가 맞춤형 햄버거 조리법을 내놓는 기술이 나왔다. 단순히 기존 레시피를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맛과 영양, 환경 부담까지 따져 새로운 햄버거 조합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기계공학과 엘런 쿨 교수팀은 생성형 AI로 햄버거 조리법을 설계하는 '버거AI'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온라인 레시피 사이트 푸드닷컴에 올라온 햄버거 조리법 2216개를 AI에 학습시켰다. 빵, 고기, 채소, 소스 등 146개 재료로 약 10의 43제곱개 조합이 가능한 것으로 추산된다.
버거AI의 핵심은 '추천'이 아니라 '설계'다. 기존 AI가 사람들이 좋아할 가능성이 큰 햄버거를 예측했다면, 버거AI는 맛있고 건강하며 환경 부담까지 낮은 햄버거를 새로 설계한다. 어떤 재료가 자주 함께 쓰이는지, 각 재료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사람이 어떤 맛과 식감을 선호하는지를 고려해 레시피를 내놓는다.
연구진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음식점에서 AI가 설계한 햄버거 5종을 실제로 만들어 100명 넘는 참가자에게 제공했다. 참가자들은 어떤 햄버거가 AI가 만든 것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유명 패스트푸드 햄버거와 비교했다. AI가 만든 버거 2종은 전반적인 만족도와 맛, 식감에서 유명 패스트푸드 햄버거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버섯을 활용한 햄버거는 환경 영향을 10분의 1 이하로 줄였고, 콩을 활용한 햄버거는 영양 점수가 약 2배 높았다. 연구진은 "AI가 그럴듯한 레시피를 만든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만들었다"고 했다.
연구진이 햄버거를 고른 이유는 식품이 여러 조건을 동시에 맞춰야 하는 대표적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음식은 맛있어야 하지만 건강해야 하고, 가격도 맞아야 하며, 환경 부담도 줄여야 한다. 연구진은 같은 원리가 신약, 신소재, 생체분자 설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신약은 약효와 부작용, 안정성, 생산 비용을 함께 따져야 하고, 신소재도 강도와 무게, 가격, 환경 영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햄버거처럼 선택지가 너무 많아 사람이 일일이 실험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AI가 설계 공간을 좁혀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햄버거는 시작일 뿐이고, AI가 과학과 공학의 발견을 돕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델 시스템"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