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고장 나면 견인차가 달려와 정비소로 끌고 간다. 우주를 도는 인공위성에도 이런 시대가 열릴까. 미 항공우주국(NASA)이 고도가 낮아져 추락 위기에 놓인 우주 관측 위성을 로봇팔로 붙잡아 높은 궤도로 옮기는 첫 시도에 나선다. 이번 임무가 성공하면 노후 위성을 폐기하지 않고 우주에서 견인하고 수리하는 '우주 출장 정비' 시대를 앞당길 전망이다.
◇추락까지 시간 없다…7개월 만에 개발
NASA가 구조 작전에 나선 대상은 2004년 발사된 우주 관측 위성 '스위프트(Swift)'다. 발사 당시 약 600㎞였던 스위프트의 궤도 고도는 현재 약 370㎞까지 낮아졌다. 그대로 두면 올해 안에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소멸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 NASA는 지난해 9월 우주 기업 '캐털리스트 스페이스 테크놀로지스'에 3000만달러(약 460억원) 규모의 스위프트 구조 임무를 발주했다. 캐털리스트는 NASA와 계약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로봇팔을 탑재한 구조선 '링크(LINK)'를 개발했다. 이후 각종 테스트를 거치고 지난 9일 링크를 발사 로켓(페가수스 XL)에 실었다. 일반적인 우주 임무가 기획부터 발사까지 여러 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초고속 진행이다. 스위프트 고도가 갑자기 더 낮아지면 구조가 어려워 서두른 것이다.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NASA 관계자는 "솔직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우리가 지금 단계까지 올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우주에서 로봇팔로 위성 포획
링크는 이르면 오는 27일 스위프트를 향해 발사될 예정이다. 1~2주에 걸쳐 스위프트를 추격해 접근하고, 이후 여러 각도에서 스위프트를 촬영해 손상 여부를 살핀다. 로봇팔로 붙잡을 위치도 점검한다. 스위프트는 애초 우주에서 수리하거나 다른 우주선과 결합하도록 설계되지 않아 전용 도킹 장치가 없다. 링크의 로봇팔이 스위프트 본체를 붙잡지 못하거나, 잘못 건드려 손상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심지어 서로 충돌할 위험도 있다.
링크가 로봇팔 세 개를 뻗어 스위프트 포획에 성공하면 추진기를 가동한다. 영화 '수퍼맨'에서 주인공이 거대한 물체를 붙잡아 옮기듯, 추락 위기의 위성을 붙잡은 채 더 높은 궤도까지 밀어 올리는 것이다.
링크는 수개월에 걸쳐 스위프트의 궤도 고도를 약 370㎞에서 600㎞까지 높일 계획이다. 목표 궤도에 도달하면 링크는 스위프트를 놓아준다. 이렇게 되면 스위프트는 관측을 재개하고 임무를 몇 년 더 이어갈 수 있다.
◇'쓰고 버리는 위성' 시대 끝날까
로봇 우주선이 과학 위성을 붙잡아 더 높은 궤도로 옮기는 방식으로 수명을 연장하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국제우주정거장(ISS)은 도킹한 우주선의 추진력으로 궤도를 높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도킹 장치가 없는 우주 관측 위성을 포획해 견인한 전례는 없다.
이번 구조가 성공하면 우주 정비 산업에도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노후 위성은 수명이 다해 궤도가 낮아지면 대기권으로 떨어뜨려 소멸시켰다. 앞으로는 로봇 우주선이 찾아가 궤도를 높이고, 연료를 보급하거나 고장 난 부품을 수리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위성을 쓰고 버리는 장비가 아니라, 정비하며 오래 사용하는 우주 자산으로 바꾸는 것이다.
천문학계가 특히 주목하는 구조 대상은 허블 우주망원경이다. 1990년 발사된 허블은 우주왕복선이 운용되던 시절 우주비행사들이 다섯 차례 찾아가 장비를 수리·교체하고 궤도를 높였다. 그러나 우주왕복선이 퇴역한 뒤에는 기존 방식으로 사람이 찾아가 정비할 수단이 사라졌다. 현재 약 480㎞ 상공을 도는 허블의 궤도 고도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2031년이면 위험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허블은 스위프트보다 훨씬 크고 무거워 더 강력한 구조선이 필요하다.
스위프트 구조 작전은 지구 저궤도를 도는 수많은 위성을 우주에서 직접 관리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NASA의 스위프트 구조 임무를 수행하는 캐털리스트 측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이 남아 있을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