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멧돼지가 무릎을 꿇으면 줄무늬몽구스가 몸에 붙은 진드기와 기생충을 떼어 먹는다. '라이온 킹'에 나오는 품바와 티몬처럼 한쪽은 몸을 깨끗이 하고, 한쪽은 먹이를 얻는 협력 관계로 지내는 것이다. /케이프타운대 연구팀

미어캣 '티몬'과 혹멧돼지 '품바'는 생김새도, 먹이도,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지만 늘 붙어 다니며 서로를 돕는다.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 나오는 동물들의 이런 관계가 실제 야생에서도 여러 차례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연에도 종을 넘어선 팀워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서로 다른 동물 종 사이의 협력 관계와 의사소통 방식을 분석한 논문을 국제학술지 '동물 행동'에 최근 발표했다. 생물학과 인류학, 언어학 등 여러 분야 연구자 58명이 참여해 조류와 어류, 곤충류, 포유류 등에서 확인된 종간 협력 사례 유형을 종합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혹멧돼지와 줄무늬몽구스다. 혹멧돼지는 몸에 붙은 진드기와 기생충을 떼기 위해 몽구스에게 몸을 맡긴다. 무릎을 꿇거나 옆으로 누워 청소받을 준비가 됐다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몽구스는 혹멧돼지 몸에 붙은 진드기를 먹는다. 혹멧돼지는 몸을 깨끗이 하고, 몽구스는 먹이를 얻는다. 티몬과 품바 같은 관계가 만화적 상상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아프리카에 사는 큰꿀길잡이새는 사람과 협력한다. 이 새는 특유의 울음소리로 사람을 벌집까지 안내한다. 사람은 벌집에서 꿀을 얻고, 새는 남은 밀랍을 먹는다.

아프리카에 사는 큰꿀길잡이새는 특유의 울음소리로 사람을 벌집까지 안내하고, 사람이 꿀을 얻고 나면 남은 밀납을 먹는다. /케이프타운대 연구팀

청소놀래기 같은 작은 물고기는 큰 물고기의 몸에 붙은 기생충을 떼어 먹는다. 큰 물고기는 입을 벌리거나 몸을 세우는 자세로 청소를 요청한다. 청소놀래기는 선명한 색과 독특한 움직임으로 자신이 먹잇감이 아니라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 상대임을 알린다.

일부 나비 애벌레는 개미를 보디가드처럼 활용한다. 애벌레는 화학 신호와 진동 신호로 개미에게 자신의 존재와 상태를 알린다. 이처럼 개미는 애벌레를 지키고, 애벌레는 개미에게 먹이가 될 수 있는 분비물을 제공한다. 눈에 보이는 색깔이나 몸짓뿐 아니라 냄새와 진동도 협력의 언어가 되는 것이다.

자연은 약육강식의 세계로 묘사되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야생의 관계가 경쟁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종도 상대의 소리와 몸짓, 냄새, 진동 같은 신호를 읽고 행동을 맞춘다"며 "한쪽은 먹이나 보호를 얻고 다른 쪽은 청소나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 관계가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