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이 정부가 추진하는 우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에 대해 "빨리 하자, 너무 늦다"고 말했다. 우주 공간에 한국형 데이터센터를 통째로 짓는 데 매달리기보다, AI 반도체와 고효율 태양전지, 발열 제어 같은 핵심 기술을 먼저 우주에서 실증해야 한다는 취지다.
오 청장은 24일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문샷 관련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관련해 제가 요청한 것은 '빨리 하자, 너무 늦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AI 데이터센터를 우주 공간에 꾸릴 것인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그럴 필요도 없다고 본다"며 "기존 기술을 모아 우주 공간에서 빠르게 실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주 AI 데이터센터는 지상 데이터센터를 위성처럼 우주에 띄워 AI 연산과 데이터 저장·처리를 수행하는 개념이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과 냉각 문제가 커지면서 우주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이 세계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과학기술 난제를 풀겠다는 K-문샷 프로젝트의 12대 과제 중 하나로 우주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오 청장은 우주 데이터센터를 반도체·통신장비·태양전지 기업이 우주 산업에 들어오는 계기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위성들이 AI로 우주 공간에서 데이터를 처리해 보내야 할 것"이라며 "거기에 필요한 반도체와 통신 장비 시장이 열릴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기존 우주 기업뿐 아니라 비우주 기업의 참여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발사체와 발사 인프라 확보가 필수다. 오 청장은 "원하는 시기에 우리 위성을 발사하려면 발사체뿐 아니라 발사 인프라 확충도 중요하다"며 "2030년 이후에는 연 2~3회 이상 발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우주청은 오는 9월 누리호 5차 발사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누리호는 2029년부터 2032년까지 네 차례 더 발사할 예정이다.
다만 다목적실용위성 6호, 이른바 아리랑 6호는 발사가 지연됐다. 당초 올해 하반기 유럽 아리안스페이스의 베가-C 발사체로 쏘아 올릴 예정이었지만, 함께 실릴 해외 동반 위성 개발이 늦어지면서 내년으로 미뤄진 것이다. 오 청장은 "이런 상황을 볼 때 독자적인 우주 접근성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느낀다"고 했다.
우주청은 제2 우주센터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2일 후보지 공모를 시작했고, 10월 최종 후보지를 선정한 뒤 2028년 사업 착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2 우주센터는 차세대 발사체와 재사용 발사체 발사에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나로우주센터 인근에 마련 중인 민간 전용 발사장은 내년 7월 전면 개방을 목표로 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한 국제 협력도 강화한다. 우주청은 다음 달 NASA의 유인 달 착륙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관계자들과 달 기지 계획을 공유하고 한국의 참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직 개편도 계속해서 추진 중이다. 오 청장은 "부처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 구체 사항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개별 연구개발 수행기관이 아니라 연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정책·제도를 설계하는 기관으로 역할을 정리하고 국제협력과 산업 지원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