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우주청)이 누리호 반복 발사와 발사체 라인업 확대, 발사 인프라 확충을 함께 추진해 국내 위성은 가능한 한 국내 발사체로 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위성이 준비되더라도 해외 발사체 일정에 묶여 발사가 지연되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24일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사 수요가 증가하면서 원하는 시기에 이용할 수 있는 해외 발사체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며 "독자적인 우주 접근성 확보가 왜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밝혔다.
실제로 다목적실용위성 6호(아리랑 6호)는 당초 올해 하반기 유럽 아리안스페이스의 베가C 발사체로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함께 탑재될 해외 동반 위성의 개발이 늦어지면서 발사 목표 시점이 2027년 2분기로 조정됐다.
오 청장은 "베가C 발사체를 이용하는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곧바로 대체 발사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발사체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라 최소한 3년 전에 발사 일정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원하는 시점에 우주로 보낼 수 있는 발사체와 발사 인프라가 함께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주청은 이 같은 병목을 줄이기 위해 누리호 반복 발사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오 청장은 "1년에 한 번 발사해서는 경제성을 낼 수 없다"며 "누리호의 경제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규격화, 표준화부터 시작해 여러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청장은 발사체 제작뿐 아니라 조립, 점검, 발사장 재정비 등 전 과정도 반복 운용에 맞게 손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누리호는 1년에 한 번 발사해 본 경험밖에 없다"며 "발사 후 다시 준비하는 데도 현재 기준으로 약 3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이어 "이 방식으로는 발사 횟수를 크게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발사 운영 체계 전반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주청은 2029년부터 2032년까지 누리호 4차례 반복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후 2030년대에는 연 2~3회 이상 발사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복 발사를 통해 제작·운용 체계를 표준화하고, 장기적으로 상용 발사서비스 전환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오 청장은 "누리호 고도화 사업은 상용 발사서비스 시대로 가야 한다"며 "계약 방식도 조달, 구매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누리호를 연구개발(R&D) 성과에 머물게 하지 않고, 정부가 필요한 발사 서비스를 구매해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2030년대에는 지금처럼 R&D 방식이 아니라 미 항공우주국(NASA)이 하는 것처럼 구매 방식으로 우리가 발사 서비스를 맡기는 체제로 변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NASA가 스페이스X 등 민간 기업의 발사 서비스를 구매하는 방식과 유사한 모델이다.
오 청장은 "위성 발사량이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을 고려하면 누리호와 차세대 발사체, 재사용 발사체, 민간 소형 발사체를 함께 고려한 발사체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며 "차세대 발사체는 규모가 커진 만큼 소형 위성 한두 기를 싣기 위해 수시로 발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주청은 발사 인프라도 확충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우주센터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한 곳뿐이다. 우주청은 지난 22일 제2우주센터 건립 후보지 공모를 시작했으며, 오는 10월 최종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사업 착수 목표 시점은 2028년이다. 제2우주센터는 2030년대 중반 재사용 발사체 운용까지 염두에 둔 시설로 구상되고 있다.
나로우주센터 인근에는 민간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전용 발사장도 구축 중이다. 우주청은 내년 7월 전면 개방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29일에는 기업들이 발사장 시설을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민간 활용 가이드라인도 발표할 예정이다.
오 청장은 "누리호는 탑재 중량에 한계가 있어 대형 위성은 당분간 해외 발사체 활용이 불가피하지만, 국내에서 개발되는 위성은 가능한 한 국내 발사체로 발사한다는 방향을 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올해 하반기에는 주요 발사 일정도 이어진다. 차세대중형위성 4호는 오는 7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누리호 5차 발사는 현재 9월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번 주 누리호 5호기의 1·2·3단 단별 조립을 마무리하고, 다음 주부터 총조립에 들어간다. 정확한 발사일은 8월 초 발사관리위원회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