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실험에 쓰던 원숭이 162마리의 거취를 놓고 한 달 넘게 진통을 겪고 있다. 동물복지 단체들이 반겼던 연구용 원숭이의 '은퇴' 계획이 구체적인 이송 시설을 정하는 과정에서 생의학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실험에 쓰던 원숭이 162마리의 거취를 놓고 한 달 넘게 진통을 겪고 있다. 동물복지 단체들이 반겼던 연구용 원숭이의 '은퇴' 계획이 구체적인 이송 시설을 정하는 과정에서 생의학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사이언스는 22일(현지 시각) CDC가 연구용 원숭이를 수용할 시설을 찾기 위한 공고를 냈다고 보도했다. 대상은 붉은털원숭이와 돼지꼬리원숭이 등 162마리다.

앞서 CDC는 동물을 이용한 연구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면서 원숭이들을 미국 텍사스주 남부의 영장류 보호구역 '본 프리 USA'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시설의 제안을 받는 공개 경쟁 절차 없이 사실상 이 시설을 단독 선정하자, 미국의 국립영장류연구센터 7곳과 20여 개 생의학 단체가 항의 서한을 보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생의학 연구계는 원숭이들을 새로운 사회집단에 적응시키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데, CDC가 제시한 일정은 지나치게 촉박해 싸움이나 부상 등 동물복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CDC가 기존 계획을 철회하고 공개 입찰 방식의 이번 공고를 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동물을 번식시키거나 연구에 이용하는 시설은 신청할 수 없도록 한 점이 논란이다. 국제동물보호시설연맹(GFAS)의 인증을 받은 보호구역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이 조건을 충족하고 단기간에 원숭이 162마리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곳은 '본 프리 USA' 외에 드물어 이 시설이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논란은 연구용 원숭이가 보호구역에서 여생을 보내게 해야 한다는 동물보호단체의 주장과, 연구용 자원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생의학계의 요구가 맞서면서 커지고 있다.

연구계는 원숭이들을 중성화하면 앞으로 번식에 활용할 수 없어 미국 내 연구용 원숭이 공급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동물보호단체들은 원숭이를 다시 실험이나 번식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맞선다.

해당 원숭이들은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와 간염 등 감염병 연구에 활용돼 왔다. 일부 연구자들은 원숭이들을 보호 구역으로 보내 중성화하면 향후 감염병 연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사례는 동물실험 축소 방침이 실제 집행 과정에서 동물복지와 연구 자원 보존으로 입장이 갈리면서 복잡한 갈등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